64일 다이어리
<Day 38> 10월 28일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리더니 금세 눈으로 바뀌었다. 잠깐 마트에 다녀오는 사이 싸라기눈은 펑펑 함박눈으로 변했고 우리는 이눈을 고스란히 다 맞았다. 어젯밤 윈터타이어로 교체하길 얼마나 다행인지, 정말 나이스 타이밍이었다.
우리 집 남자들 머리모양이 이상한가? 어젯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이발소놀이를 시작했다. 아빠의 옆머리를 이발기로 다듬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지...
결국은 막내손녀가 용감하게 이발기를 잡고 '드르륵!!!' 할아버지의 머리를 시원하게 밀어버렸다.
"어제 교회를 다녀와서 다행이야. 오늘 이 머리모양으로 예배 절대 못 가지!"
내가 보기에는 엉망인데 그래도 아빠는 시원하고 좋다고 하신다.
아빠의 머리카락은 어린아이처럼 아주 가늘고 부드럽다. 거인처럼 거대하고, 바위처럼 든든하며, 탱크처럼 전진만 하는 아빠와는 정말 다르게 아빠의 머리카락은 신생아처럼 부드럽고 약하기만 하다.
오늘부터 매일매일 아이스 카푸치노를 습관처럼 마시는 걸 금지시켰다. 생각해 보니 그 카페인 많고 설탕 많이 들어간 아이스 카푸치노를 아빠가 좋아하신다는 이유로 마치 보약처럼 매일매일 드시게 했다니... 아빠의 혈관과 지방 그리고 당수치가 한 달 동안 얼마나 망가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건강한 아빠는 아직 하나도 티가 나지 않지만, 신랑의 하염없이 커지는 배둘레햄과 쉼 쉬기 힘들어하는 뒷모습을 보자니 분명 몸에 빨간 신호등이 들어온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좋아히사는 거 매일매일 드리고 싶지만 이제 아이스 카푸치노는 일주일에 두 번 어쩌면 한 번만 드시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