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단상
헝클어진 머리를 빗어 올리듯, 맑은 물로 생각을 씻어냅니다.
아침에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삶의 터전으로 뛰쳐나가고, 저녁이 되면 생각의 단상 앞에 앉는다.
나의 일과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혹여나 생각의 벽에 금이 가지는 않았는지.
그 벽에 예쁘거나 소담한 추억을 그리지는 않았는지… 내일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곰곰 씹어보며 하루를 정리하게 된다.
흘러가는 시간을 잡을 방법은 없다.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그 시간에 할 일들을 부지런히 하고 기록으로 남겨두는 법 외에는 없다. 문제는 시간을 잡아두지 않는 것이지만 말이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빗지 않고서는 밖을 나설 수가 없는데, 엉켜진 생각의 타래를 머리에 앉고는 하루고 이틀이고 그냥 방치할 때가 근래에는 종종 있다. 너무 엉켜버린 머리는 자르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듯이 너무 엉켜버린 생각들은 아예 싹둑 잘라내고 맑은 물을 붓는다.
감정이란 철새와 같이 잠시 잠깐 앉았다 사뿐히 날아가버린다. 흔적도 없이 말이다. 감정 뒤의 남은 마음과 생각은 실체가 되어 흔적을 여실히 남긴다. 그러니 감정에 속지 말자며 눈을 씻고 마음을 다 잡는다.
헝클어진 머리를 단정히 빗듯, 생각의 단상에서 나를 바라본다.
하늘도 바람도 구름도 여전히 각자의 위치에서 미의 빛을 발한다.
곰국을 고아내듯 생각해 보면 인생사 감사거리가 참 많다.
이것도 감사, 저것도 감사…
결국, 감사가 또 다른 감사를 불러온다.
잊고 살았던 지난날들을 생각해 보면 코끝 찡해진다.
결국, 인생은 단체전인 듯 보이지만 개인전이다.
사랑하는 이들이 옆에 있어도 결국 인생은 <하늘과 나> 이렇게 홀로 가는 길이다.
때로는 어렵고 때로는 막막하지만, 그래도 발을 디딜수록 뒤를 볼수록 감사와 살 힘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생 안에 내재된 진실과 선함을 사모하는 사랑의 마음이 있기 때문인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