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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 사남매맘 Jan 12. 2024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남편과 살고 있다.

미니멀라이프 시작한다면 가족 물건은 나중에

남편은 IMF를 직격타로 맞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 그래도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이사 오면서 많은 물건을 비워줬다. 결혼 전부터 사용해 오던 싱글 침대도 비워줬다. 그 덕에 6인 가족 5톤 윙바디 트럭 한 대로 이사가기를 성공할 수 있었다. 남편 방은 우리 집에서 가장 복잡해 보이는 곳이다. 남편 물건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지만 다른 방과 거실에 있는 물건을 많이 비워내서 그렇다.  공대 출신이라 그런지 외장하드, 선 같은 것들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 나중에 다 필요하다며 버리지 말라고 한다. 휴대폰도 폴더폰까지 가지고 있다. 내 것까지 8개 정도 보관하고 있다. 개인 정보가 들어있어서 그냥 버리면 안 된다며 못 버리게 했다.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 나로서는 지금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은 좀 비워주면 좋겠는데 ‘왜 비우지 못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다. 물건 비워내는 일로 다투고 싶지 않다. 미니멀라이프 처음 시작할 때 “이거 버려도 돼?”라고 몇 번 물었다가 남편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몇 달 전에 남편방 가구를 재배치했다. 책장을 옮기고 옷장으로 만들고 시어머님이 남편 혼자 살 때 사주신 고가의 나무 장과 그 안의 물건들을 옮겼다. 그 안에 있는 바구니들에는 남편의 일기장, 다이어리, 사진, 편지가 들어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의 졸업앨범도 버리지 못하고 고이 모셔두었다. 그 방을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아 정리 잘하는 친한 친구가 하루 자고 간다고 놀러 온 날 함께 정리해 줬다. 많은 선들을 정리하고 책을 이리저리 옮기는 동안 민망해서 혼났다. 어려서부터 정리 잘하는 친구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IMF로 많은 걸 잃어 본 사람과 살면 이렇게 된다’고 하며 둘러댔다.


나 역시 남편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 그가 소중히 여기고 비워내지 못하는  것을 그러려니 하며 넘어가려 한다.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 존중해 주기로 했다.  일이 조금 덜 바쁘고 시간이 날 때 자신의 필요에 의해 물건을 비워내는 날이 올 거라 기대하며 잔소리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 내 물건부터 비워낸 다음에 남편도 마음이 동할 때 비워낼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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