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숲
나는 숲의 한가운데 있다
화창한 날에는 조금 따사롭고
밤에는 깜깜이 어두운 그런 숲
햇빛이 날카로운 날에는
그늘이 썩 반가워
하지만 매일 밤 나는 두려움에 떤다
어둠이 나를 집어삼킬까 봐
나도 이 어둠의 일부가 되어버리지 않을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에
낮보다도 눈을 더 크게 뜨고
무엇 하나 놓치지 않으려 듣고 삼킨다
이 숲은 내가 전부 알 수 있을 만큼만 커서
나는 이 숲의 밤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나는 이 숲이 무서워
해가 떠야만 잠들고 말아
어둠 속에서만 살고 있다
이 숲은 새로 태어나지 않아
그래서 죽지도 않아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에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스러지지 않을
당신이 세운 나의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