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을 만한 사람다운
돌이켜 생각하기를, 다복(福)하진 못 하였으나 다운(運)하였다. 불행이지만 다행이었다. 다운은 특히나 날씨 운이 좋았다. 어쩌다 한 번씩 여행을 할 때면 지역과 국가를 불문하고 좋은 날씨를 만날 수 있었다. ‘좋은 날씨’란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주관적인 것이지만 다운에게 있어서는 구름 한 점 없이 맑다는 것을 의미했다. 다운이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때로는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곳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며칠씩 비가 내리거나, 때로는 큰 규모의 태풍이 오기도 했다. 누군가 그녀를 위해 의도적으로 비구름을 막아두었던 것처럼.
이를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는 까닭은, 다운의 컨디션이 하늘에 구름이 낀 정도에 따라 급격하게 위아래를 오가기 때문이다. 구름 없이 맑은 날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처럼 몸속 가장 깊은 곳부터 빛이 차오르는 기분이 들지만 부슬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몸과 마음이 함께 바닥을 기다시피 했다. 태양이 작열하는 날엔 눈을 감아도 그날의 하늘을 볼 수 있었고, 그런 날은 온 세상에 희망이 가득해 보였다. 다운은 마치 태양열로 움직이는 기계처럼 그날의 날씨가 맑은 만큼, 그러니까 태양이 구름의 방해를 받지 않고 드러내는 존재감만큼의 에너지만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런 다운을 위해 그의 여행지에는 구름이 다가가지 못하도록 하는 의도가 존재한다면 그 의도는 어떤 면에서는 합리적이었다. 맑은 날씨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생명을 말려 죽일 수는 없었기에 여행지와 달리 다운이 지내는 곳에는 때로 비도 오고, 또 때로는(어쩌면 더 자주) 태양이 밝게 내리쬐었다. 여행지가 아닌 곳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비를 만나는 빈도와 다운이 비를 만나는 빈도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태양은 그 자신으로 인해 환해진 세상을 두고 가끔은 구름 뒤에 몸을 숨기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잦은 빈도로 지평선을 넘어 자취를 감춘다. 이러한 연유로 다운은 일출과 함께 일어나 움직이고 일몰 시각이 지나면 대부분의 시간을 무기력하게 보냈다. 모두 잠자리에 들 시간쯤이면 알 수 없는 슬픔에 휩싸여 쉬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도 많았다. 이유가 없는 슬픔은 스스로 이유를 만들어냈다. 다운은 매일 밤 제각기 다른 이유로 울었다. 하나의 밤에는 하나의 슬픔만이 있었고 모든 밤은 저마다의 슬픔을 머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