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대화
오르지 못 한 정상에서 추락한다는 건 어때?
수도꼭지도 고개를 저었다,
미처 땅에 닿기도 전에 터져버릴걸,
TV가 시선을 돌렸다,
꿈을 꿨어, 날개가 돋아나는 꿈을,
너무 컸어, 그 날개는,
땅을 모두 뒤덮을 만큼, 너무 컸어,
형광등이 깜빡였다,
아, 나는 음악을 하고 싶었나 봐,
근데 어쩌지, 나는 실용음악과를 나오지 못 했는데,
그래, 사실 나는 글을 쓰고 싶었던가봐,
하지만 내 전공은 문예창작과가 아닌걸,
국어국문학과도 아니고,
이제와 어쩌겠어, 내가 너를 사랑했던가?
아니, 사랑이 아닐걸,
맞아, 나는 사랑을 공부하지 못 했지,
리모컨이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
끄덕
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