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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렌 Jul 28. 2020

고양이를 지우고 왔다

  교동도에 가는 길이었다. 고양이 한 마리가 누워있었다. 그것을 발견했을 때 나는 짧은 비명을 질렀다. 

  "그냥 지나가야 해."

  디라스가 말했다. 

  고양이는 직진 방향을 가리키며 화살표처럼 누워 있었다. 고양이를 밟지 않기 위해 정신을 차렸다. 정확하게 고양이 위를 지나갔다.      


  C와 함께 살 때였다. 어느 날 밤 그가 새벽에 일어나 밖에 나갔다 왔다. 나는 잠을 자고 있지 않았다. 화장실에 가는 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담배라도 피러 가는 건가 했는데 한 시간이 더 지나서야 돌아왔다. 현관문 소리가 들렸을 때 나는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  

  "어디 다녀오는 거야?"

  "고양이."

  "응?"

  "고양이를 지우고 왔어."

  그는 신발장을 열어 껌칼을 집어넣고 있었다. 그걸 보자 짐작되는 일이 있었다. 그래도 믿기지 않아서 물었다. 

  "그걸로, 지웠단 말이지?"

  "응."

  "굳이 왜 니가 그걸."     


  출근길에 누워 있는 고양이었다. 언제 죽었는지 알 수 없었다. 고양이가 거기 누워 있자 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마구 밟고 다녔다. 3차원의 부피였을 고양이는 어느 사이엔가 2차원의 그림처럼 바닥에 붙어 있었다. 눈빛은 아직 반짝이고 있었다. 그 눈빛을 마주치면 괜히 기분이 섬뜩했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하고 갈 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모두 그냥 지나갔다.    


  "한 잔 할래?"

  냉장고 문을 열고 내가 던진 맥주를 C가 받았다. C는 나름대로 절차를 정해서 고양이를 지워갔다고 했다. 먼저 네 다리를 긁었다. 

  "왜 그게 먼저였어?" 

  "구름처럼 둥실 떠다니라고."

  "그 다음엔?"

  "홀쭉한 몸통."

  "왜?"

  "더 이상 배고프지 말라고."

  "그 다음엔?"

  "추켜올린 꼬리."

  "왜?"

  "용서해 달라고."     


  가루가 되어 나오는 그림 한 장을 상상했다. 고양이의 형상이었지만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어져가는 그림 한 장이었다. 머리를 지우면서 고양이의 눈을 감기는 C를 상상했다. 장례식에 참석한 기분이 되었다. 술을 꺼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근데 고양이가 지워지지 않더라."

  "그래?"

  나는 껌칼로는 그걸 벗겨낼 수 없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다른 말을 했다. 

  "오래 누워 있던 자리가 꺼맸어. 몸은 어떻게 했지만 그림자는 어쩌지 못하겠더라. 칼날을 세워서 긁어도 지워지지가 않았어."     


  다음 날 우리는 한 차를 타고 출근을 했다. 그가 운전을 하고 나는 옆에 앉았다. 고양이가 누워 있던 자리를 지날 때 지난 밤 C가 한 말이 떠올랐다.  

  "어떤 죄는 아무리 씻어도 깨끗해지지 않아서 영원한 형벌로 남는 거 같아."

  나는 그에게 네가 고양이를 친 거냐고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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