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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Feb 05. 2024

관계적 이득이 없다면 멀어져라

성장 동행 : 오늘 하루 동기부여(4)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본능적으로 무리를 지어 생활해야만 생존에 유리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회적이라는 것은 결국 다른 이들과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래서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다양한 사람들과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와 자식 간의 깊은 관계가 형성되고, 학창 시절 친구들과 우정을 쌓습니다. 운이 좋다면 일찍부터 연인과의 애정 관계도 있을 수 있죠. 취업을 하면 직장 동료가 생길 겁니다. 만약 사업을 한다면 사업 파트너가 될 수도 있겠네요. 결혼을 하게 되면 부부의 관계가 시작됩니다. 아이를 낳게 되면 내가 부모가 되어 자식과의 또 다른 깊은 관계가 형성되죠. 이처럼 우리는 관계의 연속성과 함께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현재 개인화되는 집단주의 속에 있는 듯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1년에 몇 번 만나지도 않는 친척과 억지로 대화를 나눠야 했고,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은 친구와도 함께 공놀이를 하며 어울려 지내야 했죠. 물론 지금도 직장 생활을 하며 저와 맞지 않는 사람과 동료로 함께 일해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만, 그래도 현재는 관계의 끈끈함을 강요받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과거엔 '가족 같은' 회사에서 싫은 사람과도 억지로 관계를 다져야만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보다 공동체를 중시했던 과거의 집단주의가 서서히 개인을 중시하는 사회로 변모해 가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관계도 개인화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죠. 이젠 부모도 아이 혼자만의 공간을 존중합니다. 교의 같은 반 아이들이 모두 친구가 될 필요도 없어졌죠. 회사에서는 쓸데없는 회식이 줄었고, 동료들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일일이 묻지 않게 되었습니다.



  점차 관계가 느슨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뉴스 기사를 보니 일본에서는 '인간관계 리셋'이 유행이라고 하네요.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인간관계 자체를 새로이 초기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동안의 삶동안 맺고 있던 인연을 한순간에 끊어버리고, 앞으로의 삶을 위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죠. 관계는 분명 인간에게 있어 필수불가결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면 과감히 잘라내는 게 나의 생존에 더 유리한 행동이 될 테죠. 우리나라도 곧 인간관계 리셋 현상이 유행처럼 번져 나갈 것이라 예상합니다. 관계에 치이는 삶은 더 이상 불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으니까요.


  저는 최근에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처음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거의 십여 년간 유지해 오던 친구들과의 모임이었죠. 1년에 한두 번 정도 모여서 근황과 추억을 나누며, 술 한잔 기울이는 그런 평범한 동창 모임입니다. 매년 이 모임에 별생각 없이 나가다가 이번엔 왠지 나가기 싫어지더라고요. 바쁜 일도 없었는데 말이죠. 이 심경의 변화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차피 또 똑같이 옛날 학창 시절 얘기 하면서 추억팔이나 할 테고, 쓸데없는 돈 낭비, 시간 낭비만 할 것 같은데...'


'이번 한번 안 나간다고 하더라도 우정에 금이 가는 건 아니잖아?'


'얘들은 아직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없어서 나랑은 관심사가 다를 거야.'


생각에 꼬리를 물고 꼬리를 문 끝에 조금 멀어지는 것도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미 결론은 나와 있었고, 그에 맞는 핑곗거리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는 관계를 왜 이렇게 계산적으로 하냐며 비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상황에 맞게 관계라는 끈을 팽팽하게 당겼다가 느슨하게 풀기도 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여려 관계를 맺어보면서 그 정도의 능숙함은 갖추게 되었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줄어드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해야만 하니까요.



  여러분은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유지하시는 이유가 엇인가요? 생존 본능을 제외하면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인 고립이 싫어서, 즉 외로워서 일 것입니다. 누군가와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는 활동들이 나의 감정적인 공허함을 채워주니까요. 또 다른 이유는 배울 게 있기 때문입니다. 주변에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인물이 한, 둘쯤 있을 겁니다. 각자마다 그 이유는 다르겠지만요. 누군가는 박학다식해서, 누군가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해서, 누군가는 사회적인 성공을 이뤄서, 누군가는 경제적 관념이 뚜렷해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은 자기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사람에게 존경심과 더불어 가까이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관계를 통해 자신의 약점이 보완되길 원하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관계를 형성하는 이유를 한 가지만 더 얘기해 보자면, '사회적 지위'가 있습니다. 사회적인 집단 속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위치는 관계를 통해 정의되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상사, 누군가의 선생님, 누군가의 대표님이 되는 것이죠. 이러한 사회적 지위를 통해 다양한 이들과 관계를 맺습니다. 그리고 그 지위는 나의 위치를 말하지 않아도 직접적으로 표현해 주죠. 이를 통해 사회적 권위와 권력을 내세울 수 있습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경찰서에 잡혀온 배우 최민식은 경찰들을 향해 이렇게 고함을 칩니다.


"니 내 누군지 아나? 느그 서장 남천동 살재? 내가 임마! 느그 서장이랑 임마! 같이 밥 묵꼬! 사우나도 같이 가고! 다 했어!"


경찰서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권위를 내세우는 것이죠. 이렇듯 관계는 개인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주는 좋은 수단인 것입니다.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이득을 위한 것입니다. 자신의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자신의 외로움을 떨쳐내기 위해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굳건히 하기 위해서 말이죠. 이게 결코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관계라는 게 자신이 '뿌리'가 되어 이곳저곳으로 뻗어나가는 '가지'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죠. 태생부터 자신이 중심인 관계는 결국 자신의 이득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관계적 이득이 없다면, 그 사람과는 멀어지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본인의 외로움을 모른 척하며 내버려 두나요? 누군가 만나고 나면 기운이 빠지고 우울해지나요? 누군가의 행동이 본인에게 수치심을 주고, 누군가의 말이 본인의 자존감을 깎아내나요? 누군가와 같이 있으면 허탈하고 절로 고개가 떨궈지나요? 이런 관계는 건강하지 못한 관계입니다. 김영하 작가는 친구 관계에 대해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마흔이 넘어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친구를 덜 만났으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것 같아요. 쓸데없는 술자리와 변덕스럽고 복잡한 여러 친구들의 성향과 성격을 맞추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했어요. 그보다는 자기 자신의 취향에 귀 기울이고 영혼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거예요.


건강하지 못한 관계는 결국 후회만이 남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관계적 이득을 따져보고, 본인 스스로에게 그리 이득이 없다면 점차 멀어지는 게 좋습니다. 쓸모없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공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지 않도록 말이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에너지를 조금 더 이득이 있는 관계에 집중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본인을 위해 활용하는 게 낫습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관계를 통해 효율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영위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한 가지 쉬운 실천 활동을 해볼까요? 카카오톡에 있는 친구 대화목록에서 스스로 따져보았을 때 어떠한 관계적 이득이 없다고 생각되는 대화방을 하나씩 지워보도록 하죠. 대화목록에 있는 것 자체도 신경 쓰지 않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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