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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Apr 01. 2024

중독을 벗어나는 방법

성장 동행 : 오늘 하루 동기부여(13)

  중독이란 무엇일까요? 음식이나 약물에 의한 생체의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만, 어떠한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고, 정상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병적인 상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즉, 정신적인 질환에 가까운 것이죠. 실제로 중독은 도파민이라는 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쾌락을 즐길수록 도파민이 과다하게 분비되고, 이것이 중독으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현대 사회인들은 이러한 도파민에 의한 중독에 상당히 노출되어 있습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 시스템에서 즉각적인 쾌락과 보상을 원하게  것이죠.


  저 또한 다양한 중독에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중독은 참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학창 시절엔 게임이 항상 말썽을 일으켰죠. 재미있는 게임들이 하나씩 출시되면, 저는 눈이 돌아가서 밤새도록 그 게임을 즐기느라 바빴습니다. 스타크래프트가 나왔을 땐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PC방으로 뛰어갔죠. 그전까지는 공을 들고 운동장으로 뛰어갔었는데 말입니다. 중학생이 되고 나니 리니지라는 게임이 출시되더군요. 이 게임은 중독성이 어마어마했습니다. 레벨이 올라가면서 점차 강해지는 것은 제게 빠른 보상을 경험하게 해 주었고, 특히나 몬스터를 잡는 타격감이 좋아서 손맛(?)을 꽤나 즐기기도 했죠. 심지어는 새벽에 부모님 몰래 이 게임을 하다가 들켜서 혼나기도 했습니다. 정말 이렇게 고등학교까지 올라가면, 제 학업 성적은 안 봐도 나락으로 떨어질 게 눈에 선했습니다. 게임에 중독되어서 제대로 된 일상을 살아가지 못했던 것이죠.


  하지만 저는 어느 순간 이 리니지라는 게임의 중독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사실 저는 중학생 시절에 전혀 리니지를 그만 둘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이 게임은 내가 평생 안고 가야 할 게임이라는 생각까지 했죠. 그러다 어느 날, 새로 생긴 PC방에서 리니지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미 시간 투자가 어마어마하게 들어가서 제 캐릭터는 엄청 강해져 있었죠. 실제로 갖고 있는 아이템을 팔면 학생으로서는 쉽게 만질 수 없는 수익을 거둘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제 강해진 캐릭터를 마치 나 자신인양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친구와 PC방을 다녀온 후, 집으로 돌아와 제 컴퓨터로 또다시 리니지에 접속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 캐릭터의 강한 모습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있었거든요. 바로 해킹에 당한 것입니다.


  저는 이때 울분을 토했습니다. 누가 보면 세상을 잃은 듯 한 표정이었을 겁니다. 중학생이었던 저는 처음으로 경찰서에 찾아가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까지 했습니다. 친절하게 사건 접수를 해주었지만, 결국 찾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약해진 캐릭터로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제 시간과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에 저는 좌절했습니다. 한동안 이 고통을 견디어 내느라 힘들었죠. 그러다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고 환경이 바뀌자 이제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되고 시간이 흐르자 자연스레 리니지 해킹 사건은 제 인생에서 잊히며, 게임 중독도 사라지게 되었죠.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 해킹한 해킹범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인생에 또 다른 중독 얘기를 해볼까요? 는 한동안 운동에 중독된 적도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웨이트 트레이닝이죠. 이 근력 운동에 빠지게 된 건 몸이 점차 건강해지는 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게와 횟수가 점차 늘어날수록 스스로 강해지고 있다는 보상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근육이 쭉 스트레칭되며 무게를 견디느라 팔이 바들바들 떨리는 것 자체도 제겐 어떠한 희열로 다가왔고, 주변사람들이 제 몸의 변화를 인지하여 칭찬해 주는 것도 저의 인정 욕구를 충분히 채워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웨이트에 빠져 한창 운동할 때는 일주일에 주 7일을 두 시간 넘게 헬스장에 있었습니다. 주말엔 아침, 저녁으로 두 번씩 헬스장에 가기도 했죠. 신혼이었던 저는 아내에게 집보다 헬스장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타박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줄이거나 그만둘 수가 없더군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것 자체로 제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조금 심각하다고 느끼게 된 건 허리나 무릎에 뭔가 안 좋은 징후들이 있어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며 계속 운동을 강행했던 것입니다. 하루도 운동을 안 하면 근육이 빠져나갈 것 같은 강박 있었던 것이죠. 특히나 바디프로필 사진을 찍는다고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면서, 일상이 무기력증에 빠져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이때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개선하려는 의지는 없었죠. 바디프로필을 찍고 나서는 극도로 제한하던 음식에 제한이 풀리면서 당 중독도 함께 온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운동 중독과 음식 중독이 함께 오니 몸이 엄청 불어나더라고요. 말 그대로 '근돼'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결국 건강을 해치는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이죠.


  저는 이 상황을 어떻게 끊어 내었을까요? 다행히 이 시점에 저의 소중한 딸이 태어났습니다. 처음엔 육아를 하면서도 운동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었지만, 점차 체력적으로 도저히 병행할 수가 없어지더군요. 체력적인 한계로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육아를 포기할 순 없으니, 자연스레 운동을 줄이게 되었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니, 아이를 정성껏 보기 위해 체력을 아껴두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운동 중독과 더불어 음식 중독에서도 벗어날 수가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먹는 것도 가려서 먹게 되었거든요. 식습관도 유전된다는 말이 무섭게 느껴졌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무척이나 힘든 과정이었지만, 새로운 고난과 어려움이 지난날의 중독을 끊어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 도파민 중독을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대표적으로 SNS나 쇼츠와 같은 짧은 영상들에 접근하기가  쉬워지면서 핸드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밤에 침대에 누워 쇼츠 영상을 엄지 손가락을 튕기며 슥슥 넘기니, 잠잘 시간이 넘어서도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 다음 날 출근 시간에 맞춰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 지경이었습니다. 이처럼 너무나 쉽게 쾌락과 충동에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일상이 무너지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를 스스로 개선하고자 '도파민 디톡스'를 실천하려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죠. 그 방법은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핸드폰 사용 시간에 제한을 두는 것뿐만 아니라, 가볍게 운동하기, 산책하기, 명상하기, 독서하기 등 느리고 정적인 활동이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저는 제가 중독을 벗어난 방법을 토대로 실천 활동에 앞서서 정신적인 무장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어찌 되었든 중독은 정신 질환 중 하나로 볼 수 있으니까요. 그것은 바로 '고통을 감내하려는 각오'입니다. 독은 고통을 회피하는 과정에서 심화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중독은 새로운 고통을 마주함으로써 벗어날 수 있습니다. 마치 현실을 회피하고자 게임에 중독되었던 제가 해킹을 당하고 나서 좌절과 허무함이란 고통이 밀려오는 새로운 현실을 마주했던 것처럼요. 새로운 고통은 그동안 중독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쾌락을 불러옵니다.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교수인 애나 렘키가 쓴 <도파민네이션>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누가나 한 번쯤은 고통이 쾌락으로 바뀐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고통이 우리가 쾌락에 지불하는 대가인 것처럼, 쾌락 역시 우리가 고통을 통해 얻는 보상이다.


고통을 마주하는 용기야 말로 기존의 중독을 벗어나 새로운 쾌락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죠. 여러분이 게임에 빠져 있거나, 알코올에 중독되거나, 카페인에 젖어있다면, 우선은 이것들을 한순간에 끊었을 때 올 공허함, 지루함, 불안함 등에 기인하는 고통을 마주해야만 합니다. 그 기간이 짧으면 며칠로 끝나겠지만, 길면 몇 년이 걸리기도 하겠죠. 그러고 나서는 새로운 고통을 맞이해야 합니다. 운동, 학습, 관계 형성 등 새롭고, 불편하고, 어색하고, 피곤하고, 어려운 것들이 여러분에게 새로운 쾌락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그것이 중독을 잊게 만들어줄 거라 예상합니다. 제가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운동 중독을 벗어난 것처럼 말이죠. 중독을 벗어나는 방법은 이렇듯 고통을 감내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고통을 마주하고 중독을 벗어나 보세요. 여러분은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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