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축제] 추석, 한국의 명절 아니었나요?
가을은 언제나 설렘을 안겨주는 계절이다. 선선한 바람에 코를 간지럽히는 가을 향기, 맑고 높은 하늘, 그리고 다양하게 코디할 수 있는 날씨까지. 더불어 풍성한 먹거리가 가득한 계절이다! 무엇보다도, 추석이라는 긴 연휴가 있어 모든 사람들에게 가을은 기다려지는 계절일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명절인 추석처럼, 미국에도 추수감사절인 'Thanksgiving Day(땡스기빙데이)'가 있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 매년 11월 네 번째 목요일에 지정된 이 날은 청교도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초기 식민지 정착민들이 첫 번째 수확을 기념하며 원주민들과 함께 나눈 축제에서 유래하였다. 한국인들이 설날에 온 가족이 모여 떡국을 먹는 것처럼, 미국에서도 가족끼리 모여 둘러앉아 칠면조를 즐긴다. 보통 금요일까지 휴일로 받아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총 4일간의 긴 휴가를 만끽할 수 있다.
식탁 위에는 거대한 칠면조 구이, 메쉬드 포테이토, 크렌베리 소스, 호박파이가 차려진다. 대부분 아메리카 대륙이 기원인 음식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국에서 먹는 백숙처럼 칠면조 안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스터핑 해먹기도 하고, 오븐에 통째로 구워 베리 소스와 메쉬드 포테이토를 곁들여 먹는다. 레스토랑에서는 칠면조로 스테이크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특히 내가 일하던 레스토랑에서 칠면조를 준비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마치 요즘 유행하는 흑백요리사의 미션을 수행하듯 미친듯이 요리했다. 쌓으면 내 키를 족히 넘는 엄청난 양의 칠면조 요리를 위한 프랩을 마치고, 주문을 받는 순간과 동시에 주문서가 한참 동안 길게 뽑혀 나오는 모습을 보고 다들 멍하니 바라보았다. 다들 기다란 영수증을 동시에 바라보는 그 모습이 얼마나 웃기던지, 주변 사람들이 동시에 폭소를 터뜨렸다. 이렇게 칠면소와 씨름하며 땀을 뻘뻘 흘리며 요리하던 날, 남은 칠면조는 스텝 밀로 먹고, 집에 싸가서 다 같이 나눠 먹고, 다음날에도 또다시 스텝 밀로 거진 한 주 동안 먹으니 한 동안 칠면조 고기를 꼴도 보기 싫을 정도였다.
먹어봤을 때 개인적으로 닭보다 육즙도 적고 질긴 칠면조, 왜 매년 추수감사절에 이 고기를 먹는지 의문이 들었다. 기왕이면 명절에 맛있는 음식을 즐겨야지! 추수감사절마다 칠면조를 먹는 그 유래를 살펴보면, 고대 유럽에서는 추수를 감사하는 의미에서 철새를 잡아 제물로 바치고 요리하는 전통이 있었다. 추수가 끝나는 시기,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시작될 때, 유럽에서는 철새가 이동하는 시기였다. 이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철새를 잡아 추수 감사 기도를 올리며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이때 사회적 계급에 따라 바치는 철새의 종류가 달랐고, 16~17세기 귀족들은 백조나 왜가리 같은 대형 철새를 사냥해 고기를 즐겼다고 한다.
이 문화가 영향을 미쳤는지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북미 대륙에서 칠면조는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큰 조류로, 여러 사람들에게 충분한 식사를 제공할 수 있어 추수감사절 음식으로 더할 나위 없었다. 특히 1920년경, 빈번한 흉작으로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기에 여럿이 함께 나눌 수 있는 음식으로 칠면조가 선택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시간이 지나면서 칠면조는 오늘날과 같이 추수감사절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음식이 되었다.
추수감사절에 칠면조만큼이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화려한 퍼레이드다. 뉴욕에서 열리는 'Macy’s Thanksgiving Day Parade'는 맨해튼의 센트럴 파크 웨스트(Central Park West)와 6번가(6th Avenue)에서 열린다. 1924년부터 시작된 퍼레이드는 메이시스 백화점이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 대규모 바겐세일을 시작하며,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대규모 퍼레이드를 개최한 것이 유래다. 대형 풍선과 밴드 공연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이 퍼레이드는 하늘 위를 거대한 캐릭터 풍선들이 가득 채운다. 빨간 옷을 차려입은 관악대가 열과 행을 맞춰 연주하며 행진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기뻐하는 아이들과 즐거워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가을의 매력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이나 맛있는 음식에 그치지 않는다. 따뜻한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함께 나누는 감사의 순간들이 가득한 이 계절은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을 안겨준다. 가을의 뉴욕 또한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감사의 마음이 가득한 특별한 장소다. 화려한 퍼레이드와 맛있는 칠면조,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즐기는 따뜻한 식사. 이러한 경험들이 모여 뉴욕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게 해 준다. 우리 모두에게, 함께하는 기쁨과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계절인 가을에 뉴욕을 방문하게 된다면 가을의 풍성함을 만끽하며, 추수감사절의 소중한 순간을 함께 나누는 여정을 계획해 보길 바란다. 당신의 기억 속에 잊지 못할 추억이 쌓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