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노란 꽃이 피었습니다.

by 유우주

유난히 추위를 타는 나는 온수매트 위에 난방 텐트까지 씌워 극세사 이불을 덮고 잔다. 완벽하게 따뜻해진 동굴에서 일어나면 몸이 말랑말랑하다. 피부가 품은 온기가 날아가기 전에 주섬주섬 옷을 입고 가장 두꺼운 패딩에 몸을 집어넣었다. 모든 과정은 최대한 빠르고 조용하게 이루어진다. 가장 고요한 시간의 움직임은 가장 차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발장 앞에 미리 준비해둔 완벽한 가방을 들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가려지지 못한 이마에 차가운 공기가 맞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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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춥고 조용한 바람을 가르며 걷는다. 새벽은 텅 빈 거리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가로등과 캄캄한 어둠 속 하늘을 바라보면 반짝거리는 오리온자리가 나를 반긴다. 매일 똑같이 일어나 바람을 마주하다 보면 검었던 하늘이 서서히 밝아지는 계절의 그라데이션을 본다. 파랑과 검정이 섞인 새벽 어스름은 패딩을 벗어던져야 하는 시기를 알려주었고 온수매트의 온도도 점차 낮아졌다.


어스름이 걷히면 활짝 핀 개나리가 선명해진다. 노란색 유채꽃이 산책로를 가득 메우는 계절이 오면 온수매트 속 물은 전부 빠지고 긴팔 한 장을 입은 채 새벽을 나선다. 수영이 끝나면 거리에 파는 미니 프리지아 다발을 만난다. 삼천 원, 오천 원 하는 작은 꽃다발에 화려한 포장지는 없지만 한 줌의 행복과 한 줌의 봄이 곳곳에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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