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헝겊 별의 수영복

by 유우주

수영이 끝나면 차가운 물이 담긴 세숫대야에 수영복을 담아 락스 기를 빼준다. 너무 꽉 짜거나 탈수기를 사용하면 쉽게 해지기 때문에 느슨하게 물기를 제거하고 그늘에서 말려야 한다. 뜨거운 햇빛에 수영복을 바싹 말리면 가루가 되는지 궁금했지만 참았다. 수영복은 생각보다 비쌌다.


나는 5부 수영복을 ‘다리 있는 수영복’이라고 부른다.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수영을 시작할 수 있게 만들어준 옷이다. 흔히 알고 있는 V자 수영복보다 가려주는 부분이 많아서 원단도 많이 필요하고 젖어 있으면 더 무겁다.


첫 수영복은 등판이 U 모양으로 된 전형적인 초보자용 수영복이었다. 살짝 넉넉한 사이즈를 구입했기 때문에 금방 늘어나고 말았다. 특히 배영을 하다 보면 수영복 안으로 물이 훅훅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젖꼭지를 가려주는 실리콘 캡이 빠져서 수영장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끔찍했다. 두 번째 수영복은 작은 사이즈로 골랐다. 입다 보면 늘어난 크기가 몸에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등판도 흘러내리지 않는 X자 모양이 좋아 보였다. 역시 다른 수영복보다 비쌌지만 오래 입으면 괜찮을 것 같았다.


배송 온 새 수영복은 정말 작았다. 초등학생이 입어야 될 것 같은 크기였지만 꾸역꾸역 몸을 밀어 넣어 결국 들어갔다. 허벅지가 비엔나소시지처럼 통통하게 보였다. 대신 가슴 캡이 빠질 일은 없었다. 맨몸처럼 딱 달라붙어 저항이 느껴지지 않았다. 수영복을 벗으면 피부에 그대로 수영복 자국이 남았지만 수영복이 늘어나는 기간과 살이 조금 빠질 것에 대한 기대가 섞였다.


그즈음 동생 제비를 수영장 영입에 성공시켰다. 제비도 다리 있는 수영복을 입었는데 허벅지에는 비엔나소시지가 없었다. 같은 뱃속에서 나왔지만 외형이 완전 다른 우리를 자매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동생 제비를 언니라고 확신하거나 친구라고 생각했다. 낮선이 들에 게 나는 언제나 동생이었다. 제비와 나는 다른 반이었지만 같이 체조를 하고 수업이 시작되면 각자 반으로 흩어졌다.


“잠깐만 멈춰봐! 이거 뭐야? 여기가 왜 이러지?” 샤워실로 뒤따라오던 제비가 말했다.

“왜? 뭐 묻었어?”

“아니! 엉덩이 색깔이 이상해”

수영복 입은 내 뒷모습은 본 적 없었다. 뒤태를 볼 수 있는 거울도 없었고 기껏해야 머리카락과 콧구멍 확인이 전부였다. 재빨리 수영복을 벗고 엉덩이 쪽을 살폈다. 뭔가 묻어있었다. 노릿한 그것은 엉덩이부터 가랑이 사이까지 쭉 이어져 있었다. 수영복이 수명을 다했다고 알리는 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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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체육복을 오래 입어서 손목 부분이 다 뜯어진 적이 있다. 초등학생 때 입던 커다란 반팔은 매일 같이 잠옷으로 입다가 찢어져서 헝겊 별로 보냈다. 셔츠나 바지 구멍은 꿰매어서 입는 경우가 많았지만 살면서 해지고 낡아 닳아져 버린 옷보다 싫증 나서 헌 옷 수거함으로 버린 적이 더 많았다. 해진 옷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다.


5부 수영복은 다리가 있기 때문에 봉제선이 많다. 발차기를 할수록 움직임은 많아졌고 가랑이에 연결된 봉제선을 중심으로 천이 약해졌다. 발차기를 많이 찬 영광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니 닳아진 수영복이 메달처럼 보였다. 한동안 그 수영복을 오래도록 간직했다. 세 번째 수영복도, 네 번째 수영복도, 꽃이 피면 이별을 준비했다. 노란 꽃은 언제나 새로움을 주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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