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수영장 물을 마셨다. 초보때는 꿀꺽꿀꺽 삼키기도 했다. 옆 반이 접영 하는 날이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입수했다. 접영은 4가지 영법 중 물보라를 가장 많이 일으키기 때문이다. 물 밖으로 얼굴을 드러내 호흡할 때 물이 끼얹어지는 것이다. 금붕어처럼 입을 조금만 벌리고 뻐끔거렸지만 소용없었다. 피할 수 없는 일이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뱉고 싶지만 그냥 마시게 된다. 우리의 뇌는 물이 입으로 들어오는 순간 삼키라는 명령이 입력된 걸까. 강사님은 수영장 물을 많이 마셔야 수영도 잘하게 되는 거랬다. 수영장 물이 파랗게 보였기에 이온음료 몇 모금 마셨다고 생각했다.
락스는 희석비율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한다. 원액 그대로 피부에 닿으면 큰 사고로 이어지지만 채소 씻을 때 정해진 비율만큼 넣으면 보이지 않는 벌레 알을 죽여준다. 소금을 이용한 해수풀도 있지만 많은 수영장이 락스를 이용해 살균한다. 락스는 원래 무색무취다. 우리가 흔히 락스라고 느끼는 냄새는 오염물질과 맞닿아야 발생한다. 수영장에 락스 냄새가 강하다면 그만큼 오염물질이 많았다는 뜻이다.
다니던 센터가 문을 닫아서 처음으로 다른 수영장에 등록했다. 사우나가 딸린 수영장이었다. 길쭉한 50m 레인에 물도 깨끗해 보였다. 수영장 물은 전부 파란색인 줄 알았는데 타일 색에 따라 달라지는 걸 알았다. 연한 초록색 타일은 수영장을 에메랄드 바다로 만들어주었다. 해 뜨는 시간이면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까지 더해져 호텔 수영장 부럽지 않은 곳으로 변했다.
첫 수업의 설렘도 잠시, 반에서 키가 가장 컸던 그는 커억-컥 하는 소리를 자주 냈다. 감기에 걸려 코를 훌쩍인다고 생각했는데 소리가 난 다음이면 그의 입엔 뭔가가 담겨있었다. 콧물이 섞인 가래소리가 분명했다. 바로 옆에 있는 배수구에 뱉을 줄 알았는데 그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꾹 닫힌 입으로 출발을 하고 돌아오면 헉헉대는 혀가 보였다. 그리곤 다시 커억 컥, 입이 닫혔다. 머금었던 그것은 어디로 갔을까? 아무리 뾰족한 눈으로 쳐다봐도, 깜짝 놀라는 제스처를 취해도 그는 한 번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강사님도, 회원들도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나는 아니야, 아닐 거야, 그대로 먹었을 거야! 생각에 그칠 뿐이었다.
바다는 모든 생명의 화장실이다. 고래도 똥오줌을 싸고 갈매기도 날아다니면서 바다에 똥을 뿌린다. 어떤 인간은 바다수영을 하면서 오줌을 싼다. 여름철 계곡에 떠 있는 아이들도 몸을 부르르 떨면서 웃음을 짓는다. 지렸다는 뜻이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수영장 물엔 뭐든 버려도 괜찮은 사람이 생긴 게 아닌지 생각한다.
직접 말할 용기 있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은 걸까. 용기 있는 사람의 시도가 물거품이 된 걸까. 수영장 물은 모든 것을 정화해주지 않는다. 결국엔 깨끗해진다 하더라도, 피해는 같은 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이 당한다. 결국 나 자신까지 오염되는 문제다. 조금 멀어도 배수구에 이물질을 뱉고, 깨끗하게 샤워만 하고 들어온다면 건강과 머릿결 모두를 지키는 길일 것이다. 그가 수업에 나오지 않는 날이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