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바구니를 골랐다. 옆면과 바닥에 구멍이 뚫려있어 물이 잘 빠질 것 같았다. 물이 닿는 물건은 곰팡이를 조심해야 한다. 어른이 됐다고 느끼는 순간 중 하나는 작은 물건에도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다. 매일 수영장에 가는 것은 매일 씻어야 함을 의미했다. 작은 샴푸를 살까 고민했지만 집에서 쓰던 걸 그대로 담았다.
샴푸 500g, 린스 500g, 바디워시 1kg. 여기에 방망이만 한 치약과 트리트먼트, 비누까지. 씻는데 필요한 몇 가지만 넣었을 뿐인데 묵직했다. 집에서 쓸 때는 몰랐는데 한 개의 몸뚱이가 깨끗해지기 위해 꽤 많은 도구가 필요했다. 꽉 찬 바구니를 보며 테트리스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준비를 끝낸 파란색 바구니는 새벽을 기다렸다.
3월, 1일에 맞는 첫 수업이었다. 주섬주섬 사람들을 따라 옷을 벗고 샤워실로 향했다. 유난히 두리번거리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다. 곧 같은 반에서 만날 것 같았다. 수영장에 가기까지 검색했던 많은 글에서 꼭 샤워를 하고 들어가라는 당부를 보았다. 수영복을 입고 들어오면 높은 확률로 할머니 회원분에게 면박을 당할 수 있다고 했다. 머리를 감고 온 몸을 비누로 깨끗하게 씻었다. 그 틈 사이로 마른 머리카락에 수영복을 입은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나는 순간 긴장했다. 엄마 몰래 초콜릿을 꺼내 먹는 아이를 본 것처럼, 그녀가 누군가에게 면박을 당할까 노심초사하며 주시했다. 내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따뜻한 물로 온 몸을 적신 후 낑낑대며 모자를 썼다. 그녀의 빨간 입술에서 첫 수업에 대한 설렘이 느껴졌다. 목욕 바구니 대신 작은 지퍼 가방을 든 채로 수영장으로 향하는 뒷모습을 보며 내가 할머니가 되면 무슨 말을 건넬 수 있었을지 생각했다.
넉넉한 사이즈로 산 수영복은 입기 수월했다. 무릎 위까지 오는 검은색 5부 수영복과 영문 로고 하나가 전부인 검은색 수영모자, 검은색 수경까지. 온몸으로 초보라는 사실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쯤 수업이 끝난 6시 반 사람들로 갑자기 북적거리면서 샤워실에 줄 서는 상황이 벌어졌다. 형형색색의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얼굴이 벌게진 채로 모자를 홱홱 벗어던졌다. 하루 일과 중 하나를 끝낸 사람들과 조금 전 잠에서 깨 부스스한 상태의 사람들이 뒤섞였다. 누군가의 넘치는 에너지가 다음 사람들에게 바통터치를 하는 듯했다.
수영복을 입었음에도 어째서인지 샤워실 밖으로 나가는 것은 작지만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따뜻한 기운이 서려있는 곳을 나가는 순간 느껴지는 차가움 때문일까. 수영장을 마주하기 전 떨림이 가려지지 않은 맨 살에 들러붙어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의 문 앞에 선 것 같은 망설임으로 주저하고 있을 때, 우르르 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안도하며 따라갈 수 있었다. 그제야 수영장은 락스 냄새와 파란 물로 나를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