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N년차 수영인

by 유우주


수업이 시작되면 먼저 물에 들어와 발차기 대신 홀로 수영하는 회원님이 있었다. 똘망한 눈매의 그녀는 재치 있는 말로 같은 반 회원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했다. 가끔 강사님에게 반찬을 건네주기도 하고 수영이 끝나면 사우나에 들어가 몸을 뜨끈하게 지지는 것을 좋아했다.


사우나에 앉아있으면 땀을 조금만 흘려도 무거운 것들이 흐르는 것 같았다. 머리에 분홍색 노란색 샤워 모자를 쓰고 앉아서 뜨끈함을 느꼈다. 그때 누군가가 나이를 물었다. 의도치 않게 모두 나이가 공개됐다. 가장 놀랐던 건 똘망 회원님의 나이었다. 그녀 나이는 올해 70. 환갑을 훨씬 지나 고희에 들어선 나이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 입이 쩍 벌어졌다.


각자 나이가 공개되고 언제부터 수영을 시작했는지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겨우 햇병아리 2년 차. 그 옆으로 5년, 10년까지 다양했다. 똘망 회원님이 언제부터 수영을 시작했는지 궁금했다. 그녀는 50살에 처음으로 수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 시작할 때 우리 나이에는 아쿠아로빅이나 해야지 무슨 수영이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때 그녀가 생각한 것은 지금 시작해도 60이면 경력 10년이고 70이면 경력 20년인데 아쿠아로빅은 진짜 70살 할머니가 되어서 해도 늦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혼자 시작했고. 혼자 물에 떴고. 결국 20년 차 수영인이 됐다.


어느 대회에서든 초고령자 참가자를 본다. 세계마스터즈 수영대회에 참가한 90살 할머니에게서 기록보다 수영이 삶의 한 부분인 모습이 보인다. 어머니 회원들은 기초반 강습만 몇 달을 듣기도 한다. 물에 담겨진 시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언젠간 뜬다. 멀게만 느껴졌던 25m 벽이 깨진다. 예쁜 자세, 빠른 속도보다 물 안에서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특권이 수영인에게 있다.


70에 수영을 시작해도 80이면 10년 차 수영인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지금부터 시작하자. 당신이 20대라도, 30대라도, 70대라도. 아직 늦지 않았다. 50년 차, 60년 차 할머니 수영인이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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