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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

by ACCIGRAPHY






"지금까지 살면서 어떤 걸 이루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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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좋은 줄 아는 마음이요."


사막에 왔다. 올 때마다 두통으로 혼쭐이 나지만 통증을 무력화하는 기쁨이 있다. 이번엔 오코티요(Ocotillo) 꽃을 처음으로 보았다. 초록색 기둥 끝에 생일축하합니다 불이 켜져있었다.


하와이 치마 입은 야자수도 보고

터키석 잠자리랑 물도 나눠마시고

사막도마뱀이랑 눈이 마주쳐 서로의 근황도 묻다가

오아시스 만나서 글씨도 썼다.


나는 누군가의 눈에는

뭐 하나 이뤄놓은 것 없는 인생일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지만

지금이 좋은 줄 아는 마음만은 이루었다.


살면서 수백 번 들어본 말이지만

더 이상 새로운 말을 갈구하지 않게 되자

헌 말들의 새로움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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