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의 화색은 부드러운 목조 건물 같아.
2 “그래서?”
사실 그럴 때 있지 않아? 별로 그 말을 하려는 건 아닌데, 적절한 어느 박자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 순간 말이야. 난 사실 ‘그래서?’하고 물어볼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네 말이 끊어질 수 있는 어색한 타이밍에, 생각 없이 알맞은 블록을 조립하는 거 말이야. 정말 이상한 건, 이렇게 별 의미 없어 보이는 말을, 나나 상대가 기다리게 되는 이유를 알 길이 없단 말이야…….
3 매번 느끼는 게, 네 가는 눈이 동그래지는 건 꽤 재밌는 거 같아.
4 너와 생각보다 가까웠는지, 우린 서로의 이마에 불을 낼 뻔했어!
5 다른 사람은 우리의 대화를 정말 싫어할 거야. 어떤 기승전결도 흥미진진함도 스토리도 없어. 끝없이 서로의 생각을 찬찬히 되새김질하는 건 대화가 아니라, 하나의 지겨움이니까. 우린 그저, 어떤 영감을 얻는 게 기분 좋은 건데 말이야.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고 믿는데도 말이야.
6 갑자기 얼굴이 구겨져. 저 풀떼기 같은 옷도 같이 구겨지는 줄 알았지.
7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다는 건 하나의 재미야. 지금 우리 상태도 그래. 내 놀라운 생각을 고대하고 있지.
8 네 흥분이 느껴져. 네 날숨은 내 동의를 빨아들이는 마중물이야.
9 오랜만에 쉬어가는 거 같아. 사실 정확하진 않지. 쉬어간 게 아니라, 그냥 혼자였으니까. 정말로 쉬고 있다면, 지금일 거야.
10 “너무 비약이 심하다고. 우리가 살다가 죽을 운명이고, 다음 아이에게 바통을 넘긴다는 거로 세상이 단순하다는 건, 음~~ 내 머리색을 봤다고 날 전부 안다고 생각하는 거랑 같다는 거야.”
!!!
“어떻게 알았어?”
“뭘?”
“음? 아··무것도 아니야!”
“너, 내 머리색만 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고 생각했어?”
“아냐, 아냐! 얘기 더 해 줘. 나 지금 정~~~~말 재밌어!”
(중략)
뜬금없게도, 이상하게 네 말과 소리가 좋아. 뭐랄까? 고요한 시려움이야. 특히 그런 말을 할 때 만들어지는 편안한 표정도 좋고(이건 정말 모순덩어리야). 넌 고요한 시려움에 안심하는 사람인가 봐. 그렇다면, 네 머리칼만 봐도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거야. 물론··· 넌, 그렇지 않다고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