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인정할 일은 없겠지만, 난 분명 사랑에 거대한 낭만을 가지고 있어. 아무 노력 없이, 나에게 꼭 맞는 운명이 찾아올 거라고 말이야. 꽤 오랫동안 자신을 로맨티시스트라고 생각하기도 했지.
하지만 이따금 정신을 차리면, 형편 좋은 망상에 어이가 없고 막막해져. 이런 식으로 어떤 사랑과 삶을 얻으려는 거지? 냉정하게 생각하면, 나와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을 나눌 상대를 원한 게 아니라, 구제 불능에 제멋대로인 나를, 끝까지 참아줄 희생양을 탐색한 거일 수도 있겠더라고. 사랑이라고 부르면서, 계속 참아달라고 요구하는 관계…….
이건 분명 내가 타인을 대하는 방식과 큰 연관이 있을 거야. 난 언제나 타인을 불편해하지. 어차피 그들이 날 참아주지 않을 거라고 여겨서, 상처받기 전에 멀리해 버리는 거야. 그래서 혼자서도 재밌게 놀 수 있는 책이나 레고, 게임, TV 같은 거에 빠져 버린 거지. 나만은 날 계속 참아줄 거니까, 대상이 조금이라도 타자에 대입할 수 있으면 해결이야. 그렇게 자신만의 세계에서 완전하다고 느끼는 거야.
정말 얕은 방식이지만, 아직 벗어나지 못한 늪이지. 오히려 요즘이 더 심하다고 할 수 있어. 그렇게 살아도 어차피 똑같이 상처받고, 남과는 언제나 거리가 먼 세상이니까. 혼자선 결국 재밌을 수 없고, 어떤 심취도 나누지 못하면 죽은 지식이야. 자신을 가장 참지 못하는 건 나고, 가장 먼저 질리는 것도 나지. 내가 숨 쉬는 한, 숨 쉬지 못하는 건, 남이 될 수 없어. 어느 것 하나 완전과는 거리가 먼 취미란 걸 알아도, 쉽사리 벗어날 수 없지.
머리로만 안다는 건, 이래서 무서운 거야. 사실 이건, 몸으로도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라 할 수 있지. 그 대가는 내가 낭비한 시간과 인간관계만큼 비쌀 거야. 나도 모르는 새, 남에게 자신을 참아달라고 요구하며 상처 주는 자신을 인식해야 하고, 행동을 변화시켜야 해. 내게 최선을 다해주는 사람에게 보답할 수 있어야 해. 최소한 그러기 위해 노력해야 해.
사람은 자신의 욕심을 성찰하면서 성장한다고 봐. 어떤 인간이든, 분명 과한 욕심을 가지고 있어. 내 경우엔 과도한 자기애가 만든 과의식증이지. 언제나 자신을 특수하게 생각하고, 그 틀에 어긋나는 것은 거짓된 거라고 믿어버리지. 항상 머릿속이 생각으로 가득해서, 현실의 행동과 비루한 자신에게 거리를 둬버리는 거야.
물론 내가 내린 결론처럼, 난 혼자서 외롭게 사는 게 맞는 머저리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상태조차 이렇게 멍하고 고립된 삶과 분명히 다른 무언가야. 좀 더 타인과의 사랑에 소통해야 해. 그들이 날 감당하듯, 나도 그들을 감당하는 게 사랑이니까. 특히 각별한 존재와는 감당의 정체를 공유하며 살아갈 수 있겠지. 그 모든 게 인간이 정말로 외로움을 달래는 방법일 거야. 결국 낭만적인 생각으로 돌아와 버렸네. ㅎㅎ 오늘은 이 정도로 괜찮은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