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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희 May 29. 2023

자녀와의 관계는 신뢰 쌓기에서부터 시작된다.2

하룻밤 정도는 괜찮겠지.

조엘 피터슨의 저서<신뢰의 힘>에서

신뢰가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인 덕목이 아니라 ‘생존과 성장’을 결정하는 필수요소임을 강조한다.

또, 신뢰는 지켜야 할 규칙이 있고, 결과를 입증해야 하며, 손상되었을 때 복구가 필요한 하나의 역동적 과정이다. 신뢰의 힘은 강하며 인간의 신뢰는 뿌린 대로 거두게 되어 있다. 신뢰를 주고받는 순간 서로 협력하고 이타심도 자라게 된다고 서술되어 있다.




회복한 신뢰를 다시 잃어버렸다.

수술받았던 남편은 상처가 회복되어 갔지만 머리가 아프다며 두통약을 자주 먹었다. 뺑소니 교통사고의 후유증 같았다.

순둥이가 되어버린 아기가 돌이 지날 무렵,

"설계하는 직업이라 머리가 더 아픈가. 혹시 단순 노동하면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데."라며 내 눈치를 살피면서 슬슬 말의 밀도와 강도를 높였다.

"여보, 음식점 하는 큰 처제에게 비법을 전수하여 식당 하세."라며 구체적인 내용으로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안 돼요. 난 못해!"

전혀 꿈에도 생각지 못한 말에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았다.


두 아이는 어리고, 나는 경험이 없다. 더군다나 집을 담보로 융자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 아닌가.

머리띠를 동여매고 3일을 굶으며 반대가 아닌 투쟁을 했으나 먹고는 살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 돼버렸다. 음식점을 시작하였을 때 아기는 겨우 14개월이었다.


음식점은 특히 금요일과 토요일 밤늦게까지 영업이 끝나지 않는다. 이날도 손님이 많아 힘든 하루였다.

영업이 끝나갈 때쯤 둘째 아기를 봐주던 아주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니, 손님 많았죠? 애가 지금 자고 있으니,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재울게요. 푹 주무시고 내일 영업 끝나고 데리러 오세요.”라고 한다.

식당 일이 종일 힘들기도 했거니와 아기는 자고 있다니 '하룻밤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평소보다 일찍 영업을 마치고 부랴부랴 아기를 데리러 갔다.

초인종 소리만 울리면 현관문이 열리기도 전에 총총 뛰어나와 발을 동동 굴리며 두 팔을 벌려 내게 안기던 아기가 방에서 나오질 않는다.

“00아, 엄마 왔어. 집에 가자.” 계속 불러도 얼굴조차도 내밀지 않았다.

차에서 기다리던 남편이 올라와서야 아기를 데리고 갈 수 있었다.


'내가 자고 있어도 엄마는 데려갈 거야.'라고 믿었던 마음에 큰 배신감을 느꼈나 보다.


이날 후로 아기는 내게 안기지 않았다. 내가 주는 우유도 거부했고. 기저귀도 남편이 갈아줘야 했다. 피곤해서 쉬고 싶은 내 마음만 생각했지, 남에게 맡겨져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작고 여린 아기의 마음은 헤아려 주지 못한 결과였다.


"엄마를 많이 기다렸을 텐데 미안해!. 엄마가 정말 잘못했어. 다신 이런 일 없을 거야!"라고 말해주고, 다정한 눈빛과 몸짓으로 계속 용서를 빌었다. 이렇게 하룻밤 사이에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한 노력은 무려 두 달이나 걸렸다. 아기는 두 달이 지난 후에야 내게 왔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핑 돈다.

그때를 기억할 리 만무한 다 큰 아들에게 실없이 물어본다.

“아들, 이때 어떤 마음이었어?”

“모르겠는데요. 기억에 전혀 없어요.”라는 예상한 답변이 돌아왔다.

  



신뢰의 사전적 의미는 ‘믿고 의지함’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성장지연, 은밀한 행동, 거짓말, 갈등, 폭력, 불안감, 소통 부재, 소외감, 자존감 하락 등의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아기의 생존과 좋은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부모와 자식 간의 신뢰 맺기가 매우 중요하다.


신뢰는 자녀뿐 아니라 부부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신뢰도가 좋으면 부부금슬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술을 먹고 운전하는 남편을 본 경우, 신뢰가 무너져서 늦게까지 안 들어오면 자꾸 전화하고, 잔소리하고, 걱정하며 밤잠을 설치게 된다. 이는 부부 모두에게 힘든 일이다.

또 직장 동료 간, 친구 간에도 신뢰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결과를 입증해야 하며, 손상되었을 때 복구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신뢰의 힘은 강하며 인간의 신뢰는 뿌린 대로 거두게 되어 있다. 

신뢰를 주고받는 순간 서로 협력하고, 배타심보다 이타심이 먼저 자라게 된다.




엄마를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배에서 나와 빛을 보는 탄생의 순간부터 신뢰 쌓기는 시작되어야 한다.


인큐베이터에서 나와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했던 아기를 신뢰 쌓기를 통해 순둥이로 만들었었고, 한순간 짧은 생각에 신뢰를 잃고 두 달 동안 복구를 위한 힘든 노력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것이 신뢰 쌓기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신뢰 쌓기는 엄마와 내 아이의 행복을 위해 낳는 순간부터 바로 시작하라.

만약 신뢰가 깨졌을 때는 복구를 위한 끝없는 노력도 해야 한다.


여러분은 자녀와의 신뢰도가 어느 정도인가요?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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