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콤달콤 May 02. 2024

밍밍한 두유가 마시고 싶은 날

   


강아지들이 짖는다.

벌써부터 알아채는 예민한 녀석들

수많은 발자욱 중 

나의 발자욱을 기억하는 녀석들  

    


그녀가 문을 연다.

내 손에 들린 네모 플라스틱을

반갑게 맞이하는 엉뚱한 그녀


  

나는 두유를 마신다.

밍밍한 두유보다 시원한 물이 좋은 나

수많은 문장 중 ‘감사합니다’를 내뱉는 소심한 나


.

.

.     

오늘도 어김없이 강아지들이 짖는다



그녀가 나오지 않는다.

수차례 초인종을 눌러도

강아지들이 한참을 짖어대도     



네모난 통이 차갑게 식어간다

그녀가 나오지 않는다.

탕탕탕 힘주는 주먹만

멍멍멍 애달픈 소리만     



밍밍한 두유가 마시고 싶다.

오늘따라…

유독…



밍밍한 두유가 마시고 싶은 날  (by. 새콤달콤)


< 사진출처 : 네이버 - 광고가 절대 아님 >


독거 어르신들에게 반찬 배달해 드리는 봉사를 한 적 있다. 생김새만큼이나 성격도 다른 어르신들은 반찬 배달이 오면 기쁨을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해 주셨다.


큰 함박웃음을 짓는 분, 말없이 손을 꼭 잡아주시는 분, 연거푸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어르신 댁이 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우리의 발자국 소리를 눈치챈, 강아지들이 먼저 반가움을 소리로 표현하곤 했다. 어르신은 반찬이 맛나다며 두유를 챙겨주시곤 했다.


하루는 초인종을 여러 번 눌러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시지 않길래, 어디 외출하셨나 보다 했다. 반찬이 오는 날은 외출하지 않고 기다려 주셨던 분인데 이상하다 했다. 반찬을 문고리에 걸어두고 돌아서는데 유독 강아지들 짖는 소리가 애달팠다.  


다음 날! 두유를 손에 쥐어주시던 어르신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홀로 집안에서. 강아지들은 애달프게 울었던 것이다.

.

.

.

밍밍한 두유가 마시고 싶다.

오늘따라…

유독…



시와 에세이의 만남, 시쎄이!




이전 15화 기쁨과 슬픔 사이를 걸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