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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콤달콤 Aug 15. 2024

태양이 비에 젖는 날, 어떤 기억이 떠오르는게 좋을까.


우리는 어떤 일이 벌어지면

어딘가에서 원인을 찾으려 한다.

그리고 해답도 얻으려 한다.



길을 걷다 넘어지면

넘어진 곳 어딘가 돌뿌리를 발견하고

다음엔 그 근처에선 조심히 걷게 된다.



학교에서 벌받은 학생은

벌받은 원인이 숙제였고

그 해답으로 숙제를 꼬박꼬박 해간다.



그런데...

도무지 해답을 찾는 게 어려울 때가 있다.

무엇보다...

나에게 벌어진 일들이 납득이 안 가는 거다.

이럴 땐 보통 가까운 근사치 '기억'을 떠올려,

그것이 '원인'이라 규정해 버린다.

.

.

.

그리고 아파한다.

.

.

.

해답도 못 찾고 아파한다.

아프기 때문에, 생각하고 싶지 않아 한다. 

마음에서 새어 나오지 못하도록 

두 손으로 꼭꼭 눌러 버린다.



때로는... 

놔줘야 할 기억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나 자신을 위해서



작은 내 두 손 사이로 

'기억'이란 놈이 새어 나와

더 이상 커져버리기 전에



하지만...

마음속 '기억'을 잠깐 꺼내서

생각해 보고 펑펑 울어야 한다.

한 번쯤은 해줄 만하다.

그래야 서럽지 않다.


.

.

.


갑자기 비가 내리면

순간 거리에서는 특유의 냄새가 난다.

시멘트 바닥이나 흙땅이나 마찬가지다.



햇살을 온몸에 담아두었다가,

비로 인해

열기가 식으면서 뿜어져 나오는 냄새다.

나는 이걸 태양이 비에 젖는 냄새라 말한다.



" 태양이 비에 젖는 냄새 "



비릿하면서, 시릿한 냄새



비가 오면...

태양이 비에 젖으면...

시릿한 냄새가 난다.



시릿한 냄새는 시릿한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

.

.

행여나 세어 나올까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그고

두 손으로 꾹꾹 눌러두었던 

옛 기억 옛 생각이 

서러움에 북받쳐 떠오른다.

절대로 떠오르지 못하게 해야 한다.



태양이 비에 젖는 날

시릿한 냄새가 나면

시릿한 기억이 아닌

행복한 기억이 떠올라야 한다.

놔줘야 할 기억은 빨리 놔주자.



그것이...

태양이 비에 젖는 날

시릿한 기억으로부터 붙잡히지 않는 법이다.






시와 에세이의 만남, 시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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