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종이숲 Oct 19. 2022

완전한 웃음

우리는 살면서 많은 인연을 만나고 또 많은 인연과 헤어진다. 그런데 어떤 관계를 '인연'이라고 해야 할까. 사랑하는 사람일까? 좋아하는 사람일까? 함께 일을 하는 사람? 아니면 악연도 인연이라고 하니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을 나의 인연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우리는 그와 내가 인연이라고 어떤 순간에 느낄까. 영화 속 주인공처럼 우연이 반복되면 인연이 되는 걸까. 우리는 많은 경우 순간적으로 어떤 대상을 나와 인연이라고 느낀다. 누군가로부터 어떤 문자 메시지를 받거나 편지를 받았을 때, 누군가로부터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들었을 때, 또는 말없이 내 말을 들어주는 그의 눈빛을 보았을 때 우리는 그를 나의 인연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그렇게 1초도 안 되는 순간, 우리는 우리의 인연을 알아본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요소들인 언어, 약속, 경험 등은 우리가 인연을 알아보는데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지 않을까. 그런 것들과 상관없이 아주 짧은 순간 나를 바라보는 눈빛만으로 그가 나를 100% 신뢰하고 있다고 느낄 때 나는 그를 인연이라고 느끼고 그를 신뢰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도 동물도 영원히 함께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한 시간 동안만큼은, 나에게 그는 나를 찾아온 인연이고 그에게 나는 그를 찾아온 인연인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서로 바라보는 이 순간이 소중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콜라는 산책을 하다가 이름을 부르면 저만치 앞서가다가도 돌아서 뛰어온다. 그렇게 나를 향해 뛰어오는 콜라를 보면 어떻게 저렇게 활짝 웃을 수가 있을까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나는 누군가를 바라보며 활짝 웃어준 적이 있었을까. 개의 웃음은 사람을 100% 신뢰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준다. 사람의 웃음도 누군가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어쩌면 사람 웃음 또한 그럴 수 있는데 자꾸만 저 웃음이 진심인지 가식인지 의심하기 때문에 나는 못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활짝 웃으며 달려오는 콜라에게 나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 나의 미소가 콜라에게 희미한 미소로 보이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 희미한 미소라는 건 무언가 하나에 몰입하지 않은 상태의 표정 같아서 온전히 콜라 만을 생각하는 내 감정을 표현한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런 걱정도 고민도 없이 콜라와 산책 중이었다면 나 또한 뛰어오는 콜라를 보며 저렇게 활짝 웃지 않았을까. 그렇게 언제나 완전한 웃음을 네게 보여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집으로 오며 나는 콜라에게 활짝 웃어주기 위해서라도 아직도 내 안에 남아있는 미련과 후회를 빨리 내려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저 완전한 웃음에 화답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완전한 웃음을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나를 보고 웃는 누군가의 완전한 웃음을 보고 싶다. 든든한 인연을 느끼고, 포근한 행복감을 느끼는 건 단순하고 짧은 순간에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완전한 웃음이 있다. 누군가 나를 향해 활짝 웃으며 달려와 주는 순간, 물기 없던 내 마음에도 걷잡을 수 없는 파도가 치는 것이다.




이전 01화 괜찮아, 십 년이면 충분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