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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만여우 Nov 05. 2024

갖고 싶은 물건들 그리고 위안

갖고 싶은 물건 그리고 물건을 갖기 위한 나의 노력

갖고 싶은 물건이 있나요?

어렸을 적에는 갖고 싶었던 것이 많았습니다.

그게 비싸거나 한 건 아니었습니다.

새 물건을 받았을 때는 무척 기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선물로 받은 시계, 고등학교 졸업선물로 받은 만년필, 생애 처음 받은 시집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시계는 매일 차고 다녀 나에게 필요한 것이 되었고, 잘 써지는 만년필은 지식의 한편에 보탬이 되는 역할을 했고 시집은 문학으로 이끈 계기가 되었습니다.


앤은 퍼프 소매가 달린 옷을 갖고 싶어 했습니다.



요즘은 부풀린 소매가 유행이잖아요. 그런 옷 하나쯤 입으면 가슴이 두근거릴 것 같아요.


               중략


하지만 나 혼자 얌전한 옷을 입느니 차라리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편이 더 나아요.


                                                   <초록지붕집의 앤> 11. 주일 학교에서 받은 인상 중에서


그 당시 유행하는 퍼프소매가 달린 옷을 앤은 소망했습니다.

그러나 마릴라는 실용주의자답게 실용적인 옷을 세벌을 만들어줍니다.

똑같은 스타일의 옷을 받은 앤은 크게 실망하죠.

한 벌쯤은 퍼프소매를 기대했던 앤의 실망감은 무척이나 컸습니다.

하지만 앤은 바로 포기하고 잊어버립니다.

그렇게 지내다가 앤이 친구들과 다른 모습을 본 매슈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퍼프 소매가 달린 옷을 물합니다.

얼마나 기뻤을지 상상이 갑니다.


이제부터는 착한 아이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해요.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언제나 남의 모범이 될 만한 아이가 못된다는 게 맘에 걸려요. 앞으로는 그렇게 돼야지 단단히 결심하지만 저항하기 어려운 유혹을 받으면 그 결심대로 수행하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이제부터 힘껏 노력하겠어요.

 

                                                        <초록지붕집의 앤> 25.  매슈 퍼프소매를 고집하다 중에서


앤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한 선물이었죠.


요즘 아이들을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은 갖고 싶은 물건이 없습니다.

갖고 싶다고 생각하기 이전에 대부분의 물건을 다 갖고 있지요.

물건을 갖고 싶다고 한두 번 말하면 그 물건이 아이들 앞에 있지요.

그래서 아이들은 그 물건들이 소중하지 않습니다.

흔해빠진 물건으로 생각하고 언제든 가질 수 있는 것이란 생각에 잃어버려도 찾지 않습니다.

그만큼 물건의 가치가 떨어진 거죠.

또 하나 사면 되지라고 말입니다.


그런데도 무엇을 갖고 싶냐고 물으면 고가의 물건 휴대폰, 게임기, 비싼 옷 등을 말합니다.

그래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때는 노스페이스의 열풍이 불었고, 지금은 아이폰 열풍이 불고 있다지요.

과도하게 특정 아이템에 쏠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갖고 싶은 물건이 과시욕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더 문제가 되는 거지요.


앤이 부잣집 베리 할머니 댁에 갑니다.

꿈꿔왔던 것들이 눈앞에 있는 걸 보고 앤은 놀랍니다.

그리곤 앤은 말합니다.



난 이런 걸 늘 꿈꿔왔어, 다이애나. 하지만 막상 이런 것들에 둘러싸여 있으니까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아. 그래서 이상한 기분이 들어. 여긴 물건이 아주 많고 하나같이 화려하지만, 그래서인지 상상할 거리가 없어. 가난하다는 것도 위로가 될 수 있구나.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잖아.


                                                     < 초록지붕집의 앤>  29. 앤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시간 중에서



갖고 싶은 물건이  아니라 이제는 내가 살면서 가꾸는 물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신혼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시골 전셋집에서 시작한 결혼 생활은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절약해서 돈을 모아 은행에 가고 통장에 불어나는 돈을 보고 기뻐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렇게 필요한 물건을 장만했을 때의 기쁨은 더없이 컸습니다.


앤을 읽으며 두 가지를 생각합니다.

갖고 싶은 열망과 그것을 가졌을 때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모든 다 가지고 있는 것보다 그것을 갖기 위해 애쓰는 마음입니다.

그 애쓰는 마음으로 물건에 대한 애착이 생기고 고마운 마음이 들겠지요.

흔한 볼펜하나라도 나와 함께 하며 나의 수고로움을 담았다면 그 물건엔 나의 역사가 담겨있는 거겠지요.


아끼면서 물건을  장만했던 고리타분함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달라졌습니다.

아이들은 무슨 때마다 자신들에게 선물을 합니다.

취업했을 때, 이직했을 때, 또는 자신의 생일날 등 큰 이벤트이거나 작은 이벤트에 자신들에게 하나씩 선물을 합니다.

전 살면서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저 보다 훨씬 자신을 귀중하게 여기는 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에게 주는 선물

그 선물로 행복을 느끼는 것

그래서 더 재밌게 하루를 살 수 있다는 걸 아이들에게 배웁니다.


물건은 우리에게 소소한 위안을 줍니다.

그 물건이 나를 짓누르게 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행복감을 준다면 더없이 좋은 거겠지요.

오늘 자신에게 선물을 보내세요.

오늘 기분이 좋아지는 선물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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