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이 종종 헤깔려 하는 기상 현상 중 하나가 회오리 바람(돌개바람)과 트위스터(토네이토, 용오름)이다. 회오리바람(whirlwind)은 회전하는 기류운동으로, 작은 회오리(공중전화 박스보다 작은 높이)부터 큰 회오리(10~1000m가 높이)까지 다양하다. 회오리바람은 일반적으로 큰 피해를 주지 않지만 항상 그렇듯이 일부 회오리바람은 제법 빠르게 회전하여 강풍에 휘말릴 수도 있고 휩쓸린 쓰레기, 돌멩이 등의 파편에 맞을 수도 있으므로 괜히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오하비 사막의 회오리 바람(좌)와 텍사스의 트위스터(1964), 출처: Wiki. Med. Jeff T. Alu & NOAA
회오리바람은 회오리 치는 모습에서 토네이도와 유사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른 기상현상이다. 생긴 모양은 비슷하나, 토네이도는 뇌우의 뒤쪽 구름 벽에 붙어서 생성되는 상승회전기류인 반면, 회오리바람은 햇볕이 비치는 날씨에 평지에서 대기 위의 차가운 저기압 쪽으로 상승하며 생성되는 상승회전기류이다. 차가운 곳으로 들어가거나 불안정한 기류가 섞여 안정을 찾으면 짧은 시간안에 사라진다. 또한 피해규모로 봐도 토네이도는 마을 하나 쯤은 너끈히 파괴시킬 정도의 막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제공: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트위스터스 Twisters>(2024)는 짐작하듯이 <트위스터 Twister>(1996)의 후속작이다. 전편은 영화 <스피드>로 유명한 장 드봉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연기파 배우 헬렌 헌트와 빌 팩스톤이 주연을 한 영화이다. 전형적인 재난 영화의 플롯을 따라가며 로맨스도 집어 넣었다. 이번 <트위스터스>는 28년 만의 속편인데, 전개와 내용이 거의 유사하다(단 로맨스는 없다). 우리로서는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의 블록버스터 데뷰 영화로 생각하고 보면 좋다.
제공: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뉴욕 기상청 직원 케이트(데이지 에드가-존스 분)는 대학 시절 토네이도에 맞서다 동료들을 잃고 죄책감에 살아간다. 잘 극복하던 그녀 앞에 살아남은 옛 동료 하비(안소니 라모스 분)가 찾아와 토네이도를 소멸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옛 동료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고민 끝에 합류하게 된 케이트는 하비와 트위스터의 본고장 오클라호마로 향한다. 그러던 와중에 어디나 있는 떠버리들처럼 보이는 일명 토네이도 카우보이라 불리는 유명 인플루언서 타일러(글렌 파월 분)를 만난다.
제공: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이 두 팀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경쟁을 하며 트위스터를 추적한다. 소소한 신경전이 벌어지던 날, 로데오 경기가 벌어지던 마을에 트위스터가 난데없이 나타나고, 두 사람은 함께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이후 어느 날, 모든 것을 집어삼킬 거대한 토네이도가 휘몰아칠 것이 예보되면서 두 사람은 협력하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전편의 TV 중계를 유투브로 바꾸고 그 동안의 기술발전에 맞춰 장비를 첨단기기로 바꾼 것 말고는 전편의 재난영화 공식을 그대로 따렀다.
제공: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트위스터(토네이도)
한국에서는 마치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는 현상과 같다고 하여 용오름이라 부른다. 트위스터는 대기 중 지표면 근처는 따뜻하고 상공의 대기가 차가운 경우, 갑자기 수직으로 공기가 이동하게 되는데 상공의 적란운 내의 공기의 흐름이 저기압성 회전을 하고 있어 빨려 들어가는 따뜻한 공기도 회전하며 소용돌이 모양(vortex)으로 빨아 들여지며 생긴다. 이때 상승하는 공기가 저기압 속으로 들어가며 단열 팽창하므로 온도가 내려가서 비나 우박이 내리게 된다.
소용돌이 구름은 지면에 닿거나 떨어지거나 하면서 일반적으로 100m/s~200m/s의 속도로 진행한다. 그러나 250m/s 속도인 것도 보고 되었다. 이번 10호 태풍 산산의 최대 풍속이 45m/s라는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어지간히 달리기를 잘해도 토네이도는 못 이긴다.
토네이도는 일반적으로는 수명이 짧다. 미국에서 나온 통계 자료에 의하면 그 경로 길이가 30 ~ 50km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시간으로는 10분 안쪽이다). 그러나 400km 이상이나 되는 거리를 휩쓸고 지나가는 것도 있다. 북반구에서는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지만 2% 정도는 역방향으로 회전한다고 한다.
개량 후지타 등급
Enhanced Fujita scale, Lolkikmoddi
영화에도 등장하는 개량 후지타 등급(영어: Enhanced Fujita scale, EF-Scale, 改良藤田スケール) 또는 EF 등급은 토네이도의 위력을 가늠하는 등급이다.
EF 등급은 1971년 시카고 대학의 기상학자 후지타 테쓰야(藤田哲也) 교수에 의해 고안된 후지타 등급(Fujita scale, F-Scale)의 등급 기준 및 세부사항을 2007년 수정하여 나온 버전이다. EF0에서 EF5 등급까지 있으며 숫자가 올라갈 수록 더 강력한 토네이도 위력을 의미한다.
사실 이 스케일은 사후적인 피해를 통해 추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해가 없다면 등급이 산출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왜 오클라호마가 배경인가
<트위스터> 전, 후편의 배경은 모두 오클라호마이다. 토네이도는 난류기층과 냉류기층이 만나서 형성되는 것이다. 미국, 캐나다에서처럼 상층부의 찬공기와 하층부의 더운 공기가 배치되었을 때, 회전하면서 생기게 되는데, 넓은 평원이 있어야 하고 산이 없어야 유리하다. 따라서 미국 중부의 오클라호마는 이런 자연조건을 갖춘 곳이다. 실제로 전 세계 토네이토의 70% 이상이 오클라호마주에서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다고 한다. 이외에 미국 중서부 캔자스 주, 아이오와 주와 멕시코 북부에서 많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산이 많은데다 따뜻한 바람이 계절마다 불규칙적이기 때문에 토네이도가 잘 생기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발생 사례
한국에서 기상청에 공식적으로 등재된 토네이도는 2014년까지 총 7회로 5년에 한 번 빈도로 관측된다고 하며 최근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연도와 장소를 보면 당진(2008.7.20), 합천(2008.7.25), 평택(2011.10.15), 강릉(2012.10.6), 고양(일산, 2014.6.10), 광주광역시(2014.6.12), 당진(2019.3.15) 등이다. 그런데 공식 기록이란게 기상청 직원이 목격하고 촬영을 해야 인정한다고 한다. 결국 7번의 토네이도는 극히 일부이고 전체 토네이도의 발생 숫자는 아무도 모른다.
트위스터 대피요령
영화에서 다리 밑에 숨는 것은 최악이라면서 어쩔 수 없이 피하는 사례가 나온다. 그 이유는 다리 밑 같이 좁은 곳은 바람이 불어오면서 바람이 더 거세지기 때문에 강한 바람에 날려갈 위험이 크다. 무조건 창문이 없는 구획된 건물의 지하실로 피하는 것이 정답이다.
일단 노천에서 토네이도에서 피하려면, 토네이도의 진로에 직각이 되는 방향으로 도망쳐야 한다. 보통 미주지역의 경우엔 전반적으로 토네이도가 적란운(슈퍼셀)의 남측에서 형성되어 서에서 동으로 향하는 특징이 있기에 그 남쪽으로 도망치는 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영화에서도 나오듯 그때그때의 기압이나 풍향에 따라 토네이도의 진로가 바뀔 수 있다. 특히 토네이도가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면,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니 바로 남쪽으로 뛰어야 한다.
많은 이들은 이번 여름을 겪으면서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사는지 참 대단하다라는 공감을 표시했다. 반대로 이야기 하면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렸하여 혹서기와 혹한기가 짧고 기후가 좋다는 것이며, 다양한 환경과 먹거리를 맛볼 수 있어 좋은 위치라는 것을 의미한다. 트위스터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안전지역에 가깝다. 지진과 화산도 없고 기상 조건도 좋으니 천연자원이 좀 부족하면 어떨 것인가. 돌아오는 추석에는 이런 좋은 땅을 선점하신 선조께 감사의 인사를 한번 더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