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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나 2>, 남태평양 어드벤처

영화 속 과학이야기

by 전영식 Dec 26. 2024

2024년은 속편 영화가 많이 개봉된 해이다. 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1~10위의 영화가 모두 속편이다. 코로나 시기에 기획된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익숙한 캐릭터로 관객을 끌어모을 속 샘인 것이다. 게다가 이미 많은 관객이 전편을 보았으니 마케팅 비용도 적게 든다. 검증받은 원작에 기대어 안전하게 가고 싶은 제작자의 희망. 관객의 마음을 알 수 없는 과도기의 현상이 아닐까?


<모아나>2 역시 전편 <모아나>(2017)의 주인공과 설정을 바탕으로 8년 만에 새로운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전형적인 방식의 속편 영화이다. 게다가 추수감사절 공개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박스오피스 모조 기준으로 흥행 9위를 차지했다. 8년이 지나도 영화 속 주인공은 나이를 그만큼 먹지 않는다. 설정상 1편 이후 3년이 지난 후 이야기라고 한다. 우리에게 8년이 캐릭터에겐 3년이니, 우리는 유한하고 캐릭터는 좀 덜 유한한가 보다. 추운 겨울에 맞춰 따뜻한 남태평양의 풍광 속으로 위로와 도피를 하려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CGV에 따르면 특이하게 40대가 가장 많이 본 관객층을 형성하고 있다.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어릴 때부터 왠지 바다에 끌린 모아나는 아버지의 저지로 바다로 가지 못하다가 바다의 신의 선택을 받게 된다. 이때 아름다운 모투누이 섬에 저주가 드리우기 시작하고 할머니에게서 부족의 숨겨진 비밀에 대해 듣게 된다. 마을을 구하기 위해 무모하지만 용감한 도전에 나서게 되고 반신반인인 마우이와 함께 항해자가 된 모아나는 결국 테피티 여신의 심장을 돌려놓고 섬을 구한다. 여기까지가 전편의 이야기이다.


그 후 8년의 세월이 지나 모아나는 어엿한 부족의 지도자이자 항해자가 된다. 신에게 저주받은 고대의 섬에 도착하게 되면 저주가 풀리고 바다의 모든 사람이 하나가 될 거라는 선조들의 부름을 받는다. 이에 선원을 모으고 또다시 마우이와 함께 바다로 나간다.


모아나라고 하면 여러 단어가 떠 오르는데, 모아이, 마우리 등이 그것이다. 다 남태평양의 섬들, 민족들과 관계된 이야기다. 영화의 배경인 모투누이(Motunui) 섬은 가상의 장소이지만 실재로는 칠레 이스터 섬의 남쪽 섬 중 가장 큰 섬인 모투누이 섬(Motu Nui island)에서 따온 것으로 추정된다.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남태평양의 섬


배경인 모투누이(Motunui) 섬을 상정할 때 폴리네시아 지역 출신 전문가를 모아 폴리네시아 사람들로 자문단(Oceanic Story Trust)을 꾸렸다고 한다. 이 자문단의 자문으로 스토리에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고 전반적으로 다른 디즈니 작품들보다 훨씬 진일보한 관점에서 인종이나 성별의 편견에 구애받지 않는 모험담을 만들었다는 평이다. 그래서 그런지 뒷이야기가 적게 나오는 영화다.


예전에 <김씨표류기>(2009)라는 영화가 있었다. 한강에서 투신자살에 실패하고 밤섬에서 깨어난 김 씨는 시민들이 저런 곳에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고 무시하는 바람에 구조되지 못하다가 구사일생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 남태평양에서 있었다. 대항해시대에 서양인들은 남태평양에서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섬을 찾아갔는데, 그곳에는 어김없이 사람이 살고 있었다. 수백~수천 km 씩 떨어진 외딴섬에 어떻게 인간이 살게 되었는지는 그때부터니 지금까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다.


섬은 바다나 강에 의해 둘러 쌓인 곳이다. 육지와 가까운 곳도 섬만의 느낌이 따로 있다. 우리나라나 일본 등의 섬은 근해에 있고 대부분 해수면의 높이가 상승하면서 육지가 점화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태평양의 섬들은 생성 원인이 이들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태평양의 3개 그룹의 섬들, Source: Wikimedia commons by Kahuroa, public domain태평양의 3개 그룹의 섬들, Source: Wikimedia commons by Kahuroa, public domain


태평양 제도


태평양 제도(太平洋 諸島) 또는 태평양 군도(太平洋 群島)는 넓은 의미로 태평양에 있는 약 2만~3만 개의 섬들을 가리킨다. 태평양(주로 남태평양)의 섬들을 하나로 묶어 오세아니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세아니아는 멜라네시아, 미크로네시아, 폴리네시아로 나뉜다.


멜라네시아(Melanesia)는 아라푸라 해, 오스트레일리아의 북쪽 ~ 북서쪽까지에 이르는 지역을 말한다. 멜라네시아는 본래 "검은 섬들"이라는 의미로, 원주민인 멜라네시아 인들이 검은 피부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유래하였다. 멜라네시아인은 과거 오스트레일리아 인종이라는 더 큰 분류에 속하기도 하였으나 부정확성으로 인해 오늘날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미크로네시아(Micronesia, 그리스어: μικρόν (‘작은’)과 νησί (‘섬’)에서 유래)는 태평양 서쪽에 위치한 수천 개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오세아니아의 하위 지역이다. 서쪽으로는 필리핀, 동쪽으로는 폴리네시아, 남쪽으로는 멜라네시아, 오스트로네시아인의 넓은 공동체와 함께 문화적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캐롤라인 제도, 길버트 제도, 마리아나 제도, 마셜 제도 등 4개의 주요 제도를 포함하고 있다. 미크로네시아 인들은 언어학적, 고고학적, 유전적 증거에 의해 폴리네시아인과 멜라네시아인을 포함한 오스트로네시아족의 일부로 간주된다.


폴리네시아(Polynesia, 고대 그리스어 '많다'를 뜻하는 '폴리스'(πολύς)와 '섬'을 뜻하는 '네소스'(νῆσος)에서 유래)는 오세아니아에 속한 지역으로, 중태평양 및 남태평양에 흩어져 있는 1,000여 개의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폴리네시아의 원주민인 폴리네시아인은 언어, 문화, 종교 등 많은 특징을 서로 공유한다. 폴리네시아인은 발전된 항해 기술을 사용하여 수백 년 전부터 대양을 누볐다. 폴리네시아에서 가장 큰 나라는 뉴질랜드이다. 오늘날 폴리네시아는 지리학적으로 하와이주, 뉴질랜드, 이스터섬을 잇는 폴리네시아 삼각형 안의 섬들로 정의된다(서로 말이 통한다고 한다!). 이에 속하는 다른 섬들로 사모아, 통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등이 있다.



항해 그리고 정체기


폴리네시아인들의 이동, Chambers, G (2008), 위키미디어: David Eccles폴리네시아인들의 이동, Chambers, G (2008), 위키미디어: David Eccles



폴리네시아인은 형태인류학적으로는 몽골로이드(Mongoloids)로 분류된다. 그러나 몽골로이드 치고는 보기 드물게 상대적으로 체격이 크다(비만스럽기도 하다). 두꺼운 골격으로 체중도 많이 나가, 럭비, 미식축구처럼 격렬한 운동을 하기에 알맞은 신체를 갖추고 있어 뉴질랜드 럭비팀인 올블랙스(All Blacks)에서 주축을 맡고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주류 학설에 따르면 중국 남부에서 대만으로 넘어온 몽골로이드(Mongoloid) 인종이 필리핀 등을 거치면서 인도 남부ㆍ멜라네시아 등에 살던 오스트랄로이드(Australoid)의 혼혈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Soares, Pedro et al.(2011)에 따르면 이미 6000년 전에 6천~8천 년 전 지금의 뉴기니와 가까운 여러 섬에 이미 자리 잡고 살던 아시아 본토 이주민들이 이들의 선조일지 모른다는 주장을 했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과학자들은 태평양 지역에서 발견된 유물의 탄소연대측정 결과, 인류는 서부 폴리네시아(바누아투, 뉴칼레도니아, 피지, 사모아, 통가)에 기원전 800년 경에 도착했다고 추정한다. 그 후 타이티 등 동부폴리네시아(쿡 제도, 라파누이, 하와이, 아오테아로아)에 도착한 것은 서기 1025년입니다. 두 시점 간에 약 2천 년의 이주가 멈춘 기간이 있는데 이것을 정체기(The Long Pause)라고 한다. 이러한 기간은 풍향과 해류의 변화, 항해기술의 발전 시간 등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아나 2>의 감독 듀오는 이 사건이 모아나의 줄거리를 만드는 데 큰 영감을 주었다고 밝혔다. 과학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이주를 다시 시작하게 되는 과정에 모아나가 핵심역할을 했다고 가정한 것이다.  과학적인 사실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로 풀어내어 폴리네시아의 역사와 맞추었다는 상상력은 꽤나 근사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사모아 섬에서 건조 중인 쌍동선, 1910, 위키미디어: 퍼블릭도메인사모아 섬에서 건조 중인 쌍동선, 1910, 위키미디어: 퍼블릭도메인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폴리네시아 사람들의 뛰어난 항해술에는 선채가 2개인 쌍동선(雙胴船) 이 큰 역할을 했다. 선채가 2개인 경우에는 안정성이 뛰어나고 선채 사이에 사람과 물건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또 선채가 파도의 영향을 감소시켜 조파저항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배로 원거리 항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차례 증명된 바 있다.




폴리네시아 섬들의 지질학


섬은 바다나 강에 의해 둘러 쌓인 곳이다. 육지와 가까운 곳도 섬만의 느낌이 따로 있다. 우리나라나 일본 등의 섬은 근해에 있고 대부분 해수면의 높이가 상승하면서 육지가 점화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태평양의 섬들은 생성 원인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모아나>에서 나오는 섬들은 검은흙과 현무암 주상절리에서 알 수 있듯이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곳이며, 그 원인은 판구조론에 따른 화성활동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폴리네시아의 3개 꼭짓점인 하와이와 이스터섬은 지질학적으로 열 점(Hot Spot)이다. 열 점은 하부 맨틀에서 기원한 고정된 마그마의 생성지를 가진 지점으로 지표면에서는 화산활동이 관측된다. 하부맨틀에서 발생을 하다 보니 지각을 뚫고 올라와야 하고, 지각이 계속 움직이니 지표면의 열점은 선형의 배열을 흔히 보인다.  아래의 그림에서 보듯 하와이 제도는 북서쪽으로 진행하는 태평양판에 새겨진 열점의 흔적이다. 모아이조각상으로 유명한 이스터섬은 3개의 화산으로 이루어진 화산섬이다. 이밖에도 피케이언, 타이티, 일르 마흑끼스 등도 열점기원 섬이다. 뉴질랜드는 옛 대륙인 질란디아의 남은 부분이다.


하와이 열점 단면도, 위키미디어: Joel E. Robinson, USGS. puvlic domain하와이 열점 단면도, 위키미디어: Joel E. Robinson, USGS. puvlic domain


열점은 Courtillot et al (2003)에 따르면 그 마그마의 기원이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지구상의 알려진 열점은 3가지로 구분된다. 이는 선형궤적의 유무, 홍수현무암 및 용암고원의 유무, 부력 플럭스(buoyancy flux ), 3He/4He 비율 등에 따라 구분한 것이다.


전체 49개의 섬을 색깔로 구분했다: 큰 붉은 원 : possible 핵-맨틀 경계 기원추정 (9개) / 중간 크기 노란 원 : 상부 맨틀 기원 추정(12개) / 작은 녹색 원: 지각 유기원 추정 (28개). 일반적으로 어떤 대상을 분류하는 것은 학문의 기초 단계이다. 그만큼 핫스팟에 대해서는 연구할게 많다.


열점의 분류, Courtillot et al.,  (2003), 위키미디어: Foulger열점의 분류, Courtillot et al.,  (2003), 위키미디어: Foulger


열점은 육지에 나타나기도 하고 바다에 나타나기도 한다. 육지에 나타나는 곳은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들 수 있다. 바다에 나타나는 곳은 폴리네시아 외에 나폴레옹이 유배되었던 대서양의 세인트헬레나, 카나리아 제도 등이 있다.


태평양 판이 호주판 밑으로 섭입하는 호주 북쪽의 솔로몬제도, 바누아투, 피지, 통가 등은 판의 섭입경계에서 나타나는 호상열도 모델로 설명될 수 있다. 열점이 아니고 해양판이 육지판 아래도 들어가면서 용융된 마그마가 상승하며 만들어진다. 따라서 이들 지역은 환태평양지진대와 일치하고 지진도 자주 일어난다.


<모아나> 시리즈는 과학적 검증을 잘 한 애니메이션으로 문화적인 요소도 실재의 모습을 잘 반영하여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실사영화가 아니니 배경설정이나 장면을 임의로 할 것 같지만 잘 만든 애니메이션은 실사영화보다 특징을 잘 뽑아내어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가 소설보다 삶의 정수를 잘 드러내는 것처럼, 그림이 사진보다 실물의 특징을 더 잘 잡아내는 것처럼, 애니메이션도 훌륭한 과학적 설명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게 하는 영화다. 게다가 신나고 재미있기도 하다.


참고문헌


1. Chambers, G (2008). Genetics and the Origins of the Polynesians, In: Encylopedia of Life Sciences. doi:10.1002/9780470015902.a002080

2. Dr. Amber Aranui, The Long Pause, Science Learning Hub

3. Soares, Pedro et al., Ancient Voyaging and Polynesian Origins, The American Journal of Human Genetics, Volume 88, Issue 2, 239 - 247

4. Vincent Courtillot, Anne Davaille, Jean Besse, Joann Stock, Three distinct types of hotspots in the Earth’s mantle, Earth and Planetary Science Letters 205 (2003) 295~308

5. 브라이언 페이건, 피싱, 을유문화사, 2018

6. 소니아 샤, 인류, 이주, 생존, 메디치, 2021

7. 위키백과

8. 제임스 포스켓, 과학의 반쪽사, 백도씨, 2023

9. 주경철, 문명과 바다, 산처럼, 2009

10. 주경철, 바다 인류, 휴머니스트,2022

11. 헬렌 체르스키, 블루 머신, 쌤앤파커스, 2024

12. 헬렌 M. 로즈와도스키, 처음읽는 바다 세계사, 현대지성, 2019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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