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을 축하드립니다.
29년 동안 내가 들은 최고의 말
붙었다.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면접에서 실수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혀 상관없는 말을 쏟아내고 온 것 같아 찝찝했다. 논술강사를 하는 동생에게 전화해서 제출된 문제와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을 말하며 나 잘했어? 그렇게 대답하면 돼? 정답이 뭐야?를 쉴 새 없이 물어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기분이 너무 다운되어버려서 긴 시간 차 안에서만 기다려준 남편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면접은 지가 망치고 왜 나한테 성질이야'라고 생각했겠지. 그러나 남편을 배려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기분이 아니다. 그렇게 합격자 발표의 날만을 기다렸다. 그래도 설마... 하며 기대를 하고 있던 나는 내 이름이 합격자 명단서 확인하고야 말았다. 그걸 보고 '역시!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했었는지 아니면 '나에게 이런 날이 오다니! 하나님 감사합니다!'라고 감사의 기도를 드렸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간절함과 무모함, 용기와 추진력을 무기로 삼고 살아온 지난 29년. 그저 무던히 애썼던 나, 깔끔하게 내 노고를 인정해주는 문구 ‘합격을 축하드립니다'로 화려하게 마감한 내가 대견스러웠다.
그걸로 모든 것이 정리될 줄 알았다. 적어도 내 이름을 합격자 명단에서 확인했을 때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