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것이 왔다.
2학기 강의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을 해야 한다.
6월 1일까지 재임용 신청서를 제출하거나 사직원을 제출해 달라는 알림이 왔다.
작년에 처음으로 주말 강의를 맡아서
주경야독 공부하고 강의자료 만드느라 정말 힘들었다.
특히 코로나 시국이라 온라인으로 대부분을 하고
실습 부분만 대면강의를 했었다.
원래 강의를 잘 하는 사람도 아니고
30년도 더 전에 배운 공부라 30년을 극복하느라 새롭게 다 공부하고 가르쳤다.
타자기에서 스마트폰 시대가 온 것처럼 전공의 변화는 놀라웠다.
카드목록시대에서 클라우드 웹 마크 시대로 눈부시게 발달했다.
그걸 혼자 공부하고 가르치기는 역부족이었다.
나에게 배운 제자들에게 간혹 미안하기도 했다.
또 한편으론 학생들 수준과 비슷한 선생이라 어쩌면 동병상련이라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오로지 열정 하나로 해내긴 했다.
친구들에게 걱정을 이야기하니 '우리 학창 시절 교수님 생각하면 다들 강의를 잘 한 건 아니니
그냥 책 내용 읽어주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 주기도 했다 ㅋ
그러나 그렇게는 할 수 없어 유튜브 보고 공부하기도 하고.
관련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며 마치 내가 수험생이 된 듯 온 힘을 다했다.
열 개를 공부하면 겨우 한 두 개 꺼내지는 게
생각보다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들었다,
나이 탓인지 능력 탓 인지?
아니, 첫 강의니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이제 2학기에만 하는 수업이라 다시 결정의 기로에 있다.
본업이 원래 있고(강의와 본업 분야 동일, 업무 다름)
주말 강의만 하는 거라도 강의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3시간 강의를 위해 10시간 이상 투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한주 내내 강의 준비를 하게 되는 날도 있다.
놀아도 늘 신경이 쓰이고, 학사일정도 맞춰야 하고
시험출제, 성적처리, 견학 등 신경 쓸 일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걸 한 학기 해냈더니 영~ 다시 한다고 할 결심이 안 선다.
그럼에도 대학 강의가 뭔 지
강사지만 교수님 소리에 잠시 그동안의 노동과 고뇌를 가끔 잊게 되기도 한다.
시간강사 강의료는 세상 사람이 다 아는 거고
게다가 나는 남편이 벌여 놓은 한옥 관련 전통체험 일을 주말이면 보조하고 있다.
그러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판이다.
어째야 하나?
상황을 이래저래 놓고 보면 하지 않아야 하는 게 답이다.
다시 신경 쓰다가 건강을 해칠 수도 있고
그 무엇 하나 변변히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작년에 밤새워 만들어 놓은 강의 자료가 조금 아깝고
독학하다시피 한 공부가 조금 아깝긴 하지만...
그 과정을 다 본 남편은 강의에 뜻이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그만해도 될 것 같다고 하고
절친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이 나이에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생각해야 한다고.
단, 학교에서는 해 주기를 원하고
함께한 교수님들도 함께하자고 힘을 주기긴 한다.
바로 위 언니는 그래도 강의를 하는 동생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이왕 하는 거 2년은 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응원해 주기도 한다.
내 나이를 생각해야 하는 게 답이고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 게 답은 답인데.
나의 업무와 남편의 일 그리고 강의가 다 연결고리가 있긴 하다.
어째야 하나?
6.1일 전에 결정을 해야 한다.
그만두는 게 답인 것 같은데 쉽게 그만둬지지 않는 건 무슨 이유일까?
출근 길 만난 올망졸망 미니장미처럼 상념이 주렁주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