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바샘!

"선생님 옷 수박바 같아요"

by 따오기

2018. 4. 10. 15


가만 보면 난 보색 계열 코디를 좋아한다.

빨간 스커트와 감색 자켓이나

빨간 가디건과 청바지도 좋아한다.

심지어 오렌지색 상의와 초록 스커트를 입은 적도 있다.

남들 잘 입는 빨간색을 나는 자연스럽게 입곤 한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기분이 다운될까 봐

일부러 빨간 스커트를 골랐다.

상의는 이십 년도 더 된 청쟈켓.

안에는 뭘 입을까 고민하다 며칠 전 백화점에서 산 초록색 면티를 입었다.


빨간 스커트초록 면티

그리고 청자켓.

내 입장에선 아무렇지 않게 입었는데

복도 저쪽에서 걸어오던 6학년 윤지가 깔깔 웃으며

“선생님 옷, 수박 같아요” 한다.


수박?”


“초록이랑 빨강이 섞인 수박바?”

“아... 그런가?” 다시 내 차림을 보니 수박바를 떠올릴 만하다.

남들 잘 안 입는 보색의 어우러짐.


내가 이상한 건가?

남들이 너무 보수적인 건가?


모르겠다.

나는 오늘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수박바샘이 되고 말았다.

내일은 온통 핑크로 입고 와 스크류바샘이 되어 볼까? 하하하

그러고 보니 핑크 옷은 하나도 없다. ㅎㅎㅎ


지난주, 아이들과 지역문화유적에서 체험수업을 하다가 이름 모를 이웃이 보내온 수박바를 나눠먹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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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은 만원이다


따오기 2019. 9. 9. 09:26


오늘도 아침부터 도서실은 만원이다.


책을 빌리러 오는 학생

반납하러 오는 학생

친구랑 이야기하러 오는 학생

소파에서 뒹구는 학생

떠들고 싶어서 오는 학생

친구 따라 강남 가는 학생


아침부터 북적이는 학교 도서관이 있어 다행이다.


운동장도 있고

교실도 있는데

5층 도서실을 찾는 아이들이 있어 난 행복하다.


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날이 며칠이나 더 남았을까?

아침마다 나보다 더 먼저와 도서실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아이들의 행렬이 두고두고 그리울 것 같다.


이 넘 들아!

선생님이 소리 질러서 미안해

선생님이 가끔 떠들지 않았는데 떠들지 말라고 해서

억울하기도 했을 거야

그건 일부러 그런 게 아니란다.


선생님 눈은 두 갠데

너희들이 오십 명만 와도 100개의 눈

50마디의 말, 몸짓을

선생님은 다 봐줄 수가 없단다.


가끔

억울해도

조금만 이해해 주렴.


가능하면 많이 보도록

가능하면 덜 오해하도록 노력할게.


유난히 아이들이 눈에 밟히는 아침이다.

(학교를 떠날 결심을 한 후 어느 날 아침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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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글을 올리고 싶은데

마땅히 떠오르는 심상도 없고 해서

오래된 골방에서 학교도서관 근무시절 써 놓은 에피소드 두 개 가지고 왔습니다.

수박바처럼 상큼한 시절이 가끔은 그리운 가 봅니다.

아침이면 쥐방울처럼 도서실을 찾아들던 아이들의 행렬이 그리운 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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