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근력운동과 식단 그리고 자기 컨트롤
점점 중성화스러워지는 외모에, 나이가 들어가니 뭐든지 늘어난다.
그러면서 근육의 힘은 없어지고, 파닥거리기는 팔뚝 살 때문에 도저히 안 되겠다. 오늘부터 식단 관리와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겠다. 작년겨울부터 어마하게 운동을 해서 그 통통하던 몸을 근육 몸매로 만들어버린 지호를 본받아 거실에 널브러진 아령을 들고 쌍둥이에게 선포한다.
" 아들~ 엄마는 나무꾼 때문에 그냥 지상에 머무르기로 했어. 고로 파닥거리는 이 팔뚝 날개를 운동으로 없애버릴 거야. "
" 엄마의 팔뚝이 빌드 업 되셨습니다. "
" 엄마, 중세 시대 사람들은 날고 싶어서 깃털을 달았대요. 엄마는 공짜로 생긴 날개를 왜 없애려고 해요? 날 수 있어요 한번 해봐요. 아! 그러기엔 너무 무거운가? "
영차 영차 녀석들이 놀리든지 말든지 이번에는 반드시 나날이 쳐져가는 팔뚝살을 아니 날개를 없애버리고 쫀쫀한 알통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그런 뚱마를 보고 지한이가 포기하지 않고 방해 공작을 펼친다.
“ 정답! 스키.”
" 뭐라고? "
“ 난 또 엄마가 '몸으로 말해요'라는 게임하고 있는 줄 알았어요. ”
“한아, 자꾸 엄마 놀리지 마. 엄마 근력 키워야 한다고. 너희 중3이니까 딱 3년만 더 힘내서 일할 거야. 너희는 성인이 되자마자 내 집에서 나가. 이 집 은행에 돌려주고, 늙은 엄마는 산 좋고 물 좋은 홍천에 가서 유유자적하며 살 거야. “
“ 네 알았어요. 걱정 말고 3년만 힘내 주세요. 근데 엄마, 독재자가 정권을 왜 오래 잡고 있는 줄 알아요?”
“ 또 뭔 소리 하려고 그래? ”
“ 독재자가 무력으로 잡고 있는 것도 있지만, 사람들은 강한 누군가가 자기를 리드해 주기를 바라는 심리도 있대요. 이건 강제 억압이랑은 다른 강한 자를 말하는 거예요. 저도 강한 자에게 끌리는 타입이라 그런지 엄마에게 많이 끌려요. "
" 그래서? "
" 그니까 엄마는 이미 강인하니까 운동 그딴 거 안 해도 돼요. 그냥 오래오래 저희를 리드해 주세요~. “
뭔 소리야? 그런데 묘하게 말이 되는 이 기분 나쁜 느낌은 뭐지...
나날이 퇴보하는 뚱마는 십 대의 말발을 권력으로 누를 수밖에 없다.
“ 시끄러워! 양치는 했어? 빨리 안 해? “
“ 엄마, 그게 바로 엄마 독재자의 권력이잖아요. 마구잡이식 윽박지르기, 역시 어울려요. “
말을 말자.
체중조절도 중요하지만 눈바디도 중요하다는 몸짱 유튜브 샘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민소매에 짧은 반바지를 입고 수시로 거울을 보면서 몸매 교정을 실천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그런데 거울 속 모습은 살짝 충격적이다. 아무리 집에서만 입지만 좀 거시기하다. 쫄쫄이 레깅스가 나으려나.
그나저나 너무 적게 먹었나, 촐촐하다. 냉장고에 아직 남아있는 떡볶이 밀키트가 자꾸 아른거린다. 그래, 사놓은 것을 버릴 수는 없다. 습관적으로 냄비를 꺼낸다.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방학이라 빈둥대는 두 녀석이 그런 뚱마를 보고 또 시비를 건다.
“ 엄마, 시동에 나오는 동석이 형이 울 집에서 짜장면 만드는 줄 알았잖아요. ”
“ 엄마, 뒤태가 어깨깡패 같아요. 엄마 아령 그만 들어요 몸이 더 좋아진 것 같아요. 쫑아, 거기 있지 마. 위험해! 잡히면 뼈도 못 추려. ”
그러든지 말든지 떡볶이는 보글보글 맛있게 끊는다.
“ 엄마, 지금 뭐 먹어요? 또 떡볶이예요? 정제된 탄수화물은 중독성이 강하다고요. 다이어트는 무엇을 먹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안 먹느냐부터 시작해야죠. “
헉! 훅 와닿는 다이어트 명언이다. 지호의 말이 비수처럼 꽂힌다. 그래도 끊인 건 아까우니까, 이것만 먹고 떡볶이는 이제 안녕이다.
아~ 밀가루에 무슨 짓을 한 거야. 밀떡이 아니라 쫀떡이네.
쫀득한 식감을 이제 포기해야 하다니... 그냥 생긴 대로 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