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와 과정, 계획에 대한 상반된 시선 - 계획성은 J만의 전유물인가?
J와 P는 계획, 목표와 과정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 이는 각각이 계획에 대해 두는 가치와 구체성, 목표와 과정에 대해 보이는 태도와 연관된다. 그리고 이것이 구체적인 생활양식에 반영되는 것이다.
먼저 J는 목표가 더욱 중요하며 과정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 그렇기에 과정의 설계는 비용의 투입과 같다. 효율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당연히 과정을 간편화·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좋다. 부득이한 이유 없이 불필요하게 과정이 늘어나는 것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로 여겨진다. 즉 J에게 과정이란 목표 달성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통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과정으로 인해 목표가 흔들리지 않도록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기에 J는 계획을 통해 목표 달성을 위한 가장 최적의 과정을 설계하고자 한다. 그리고 가장 최선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탐색하여 비교·검증하고 실행에 앞서 원칙을 설정한다. J는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목표를 바꾸지 않기 때문에 보통 계획은 ‘지켜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돌발 상황은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변수는 제거하거나 무력화시켜야 할 대상이다.
반면 P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과정에도 동등한 혹은 그 이상의 가치를 둔다. P에게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은 세계를 이해하고 적응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과정을 목표를 위한 보조적 성격으로 바라보는 J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과정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서 초기 설정한 목표는 달라질 수 있고 달라진 목표에도 나름대로의 가치를 부여한다. 오히려 억지로 처음 목표를 고수하는 것을 부적절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렇기에 P는 계획을 그렇게까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계획을 철저하게 세워도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계획은 ‘지켜지는 것’이다. 계획한 대로 지켜지면 좋지만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으며 세세한 사항은 그때그때 판단하여 행동한다. 돌발 상황은 적응해야 할 새로운 국면을 의미하며 변수는 다음 행동전략에 반영해야 할 고려 대상이다.
정리하자면 J는 임의의 목표를 더 우선하고 실행에 앞서 ‘미래형’인 계획을 세세하게 짜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더 투자하며, P는 정해진 목표나 계획보다도 실제 경험을 통해 파악되는 정보에 따라 ‘현재형’인 행동 전략을 세우는 것에 더 집중한다. 이처럼 계획이 갖는 의미와 우선순위, 구체성이 다를 수는 있지만 J든 P든 계획 자체는 사람이 세계에 대응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행동이다. 다만 불확실성과 변동성으로 가득한 세계에 맞서 J는 선험적으로 준비하고 통제하려는 수단으로 계획을 하고 P는 경험적으로 인식하여 반응하는 수단으로 계획을 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삶은 계획한 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히 성공시킬 수도 없고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움직여서 큰일을 해낼 수도 없다. 그렇기에 계획성은 누구에게나 중요하고 필요한 역량이다. 물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는 능력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그런데 내 주변에서 보기로 J는 P가 가진 대응력을 배워야 한다고 할 때 나름대로 동의하지만 P는 J가 가진 계획성을 배워야 한다고 할 때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오히려 ‘자신은 P이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는 것과는 맞지 않으며, 너무 힘들어서 하기 싫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J가 유연하고 재빠르게 대처하는 일이 힘들더라도 어느 수준까지는 해낼 수 있어야 하듯이, P 또한 사전에 정보를 탐색하고 계획을 세우는 일이 어렵더라도 어느 수준까지는 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선호 경향에 관계없이 사회생활과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서 갖추어야 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노력과 연습을 통해 결과적으로 쌓을 수 있는, 실제 삶의 다양한 순간에서 필요한 수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계획성을 기르려는 시도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상당히 무책임하고 미성숙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선호 경향 탓으로 돌리며 합리화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틀렸을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