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언제나 돌아올 곳이 있다

by 삼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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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조금 있으시거나 응답하라 드라마를 본 분들은 옛날 우리의 삶이 어땠는지 아시겠지요.

외벌이 가정이 많았고 엄마는 작은 가게를 하기도 해서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가지 않고 가게로 가곤 했죠.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아버지가 작은 공장을 하고 계셨는데 어머니도 같이 일을 했거든요.

학교가 끝나면 공장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화장실 타일 같은 벽을 가지고 있는 낡은 건물, 지하에는 슈퍼마켓이 있고 3층에는 만화방이 있었습니다.

회색 어둠컴컴한 계단을 밟고 올라가서 2층에 있는 두꺼운 철문을 열면 어머니를 비롯한 아주머니들이 납땜질을 하고 있었죠. 저는 책가방을 대충 던지고 장난감을 갖고 놀곤 했어요.


밥을 먹어야 될 때면 근처 돈까스 집에서 돈까스를 시켜 먹었습니다.

자주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우리집은 부유하지 않았지만 저는 항상 부모님이 근처에 있었던 것 같아요.

이와 달리 요즘 학생들은 부모님과 보낼 시간이 별로 없지요.


제가 하교 후 가곤 했던 아버지의 작은 공장,

작은 슈퍼 안 쪽에 있는 가족들을 위한 조그만 공간,

태권도 사범인 아버지가 운영하는 태권도 도장.


우리는 언제나 돌아갈 곳이 있었죠.

모두 집이 있지만 집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부모님과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어요.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 문득 그 때를 떠올려보았습니다.

분명 그 때보다 풍족해지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졌는데 왜 삶이 더 팍팍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까요? 그 때는 하루 종일 일했어도 항상 가족들과 함께 있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공간의 힘이 컸던 것 같습니다.

친구네 엄마가 운영하는 슈퍼든, 놀이터든, 문방구 앞 도로든, 우리가 눌러 앉을 공간이 많았어요.

부모님들은 통제를 많이 하지 않았죠. 그저 저녁 때 되면 밥먹으러 들어오라는 말정도?


지금은 갈 곳이 없습니다. 어디 편하게 있으려면 돈을 내야 해요. 보통 카페를 가죠.

마음 편하게, 몸 편하게 쉴만한 공간이 없어요.


사실 이런 생각을 한지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돈을 모으면 아파트를 사기보다 구도심에 오래된 상가주택을 사서 옛날처럼 가족만의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제서야 사진에 대해 설명을 합니다.

도서관을 가는 길에 있는 세탁소입니다.

반지하에 있어 세탁소에서 창문을 열면 지나가는 사람과 대화를 할 수가 있습니다.


세탁소 주인 분이 종종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장면을 목격하는데 즐거워보였습니다.

하루종일 반복 작업만 하며 저 공간에 있어야 되는데 가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좋겠지요.

누구나 놀러올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동네 친구가 놀러오면 믹스커피 한 잔 마시면서 좀 쉴 수도 있지요. 정말 부러운 삶입니다.


오늘도 다짐합니다.

반드시 돈보다 시간을 아끼는 사람이 되겠노라고.

이웃들과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서 즐겁게 살겠노라고.


동네 미용실을 하면 꿈을 이룰텐데 말이죠, 안 그런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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