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날의 열정을 기억하며

by 삼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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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화요일 저녁마다 인근 지역아동센터에 독서 봉사를 갑니다.

대단한 건 아니고 중학생 한 명과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입니다.

교육이랄 것도 없이 책 내용을 얘기하면서 '나라면 어땠을까?' 를 생각하는 수준입니다.

사실상 책을 소재로 수다를 떠는 것에 가깝습니다.


봉사활동이다보니 봉사시간을 받게 됩니다.

증빙을 위해 독서활동일지를 작성해야 합니다.

센터 선생님이 항상 양식을 인쇄해서 준비해주십니다.

저는 펜으로 날짜, 책, 내용 등을 쓰면 됩니다.

오늘 내용을 자필로 쓰는데 2주 전 시험 볼 때가 생각나더군요.


1년 동안 나름 열심히 준비해서 시험장에 갔습니다.

한 교시 당 두 개의 과목을 치루고 총 2교시, 4과목으로 구성된 시험입니다.

1교시에서 시간배분을 잘 못해서 답안을 많이 못 썼습니다.

2교시는 1교시보다는 나았지만 합격을 자신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불합격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미련은 없습니다. 인생을 걸진 않았으니까요.

아쉬운 건 사실입니다. 아쉬워도 되돌릴수는 없지요.


오늘 독서활동일지를 쓰다 감독관이 보는 앞에서 시계를 살펴가며 열심히 쓰던 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정신없이 아는 것을 쥐어짜 줄이 그어진 답안지에 글자를 휘날려가며 답을 적었습니다.

시간배분을 잘못했을 때 불합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했습니다.

시험장의 내 모습은 젊은 날 무언가를 이루려 열심히 노력했던 나의 모습으로 기억될만한 것이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시험에 불합격하더라도, 내가 언제나 자필로 무언가를 쓸 때 시험장에서 열심히 답안을 적던 나의 모습이 떠오를 것 같다고요. 손에 힘을 주고 무언가를 적어내는 모습이 그 때의 내 열정을 떠오르게 만들것 같다구요.


5년뒤, 10년 뒤에도 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아 그 때는 정말 열심히 했어. 내가 최고는 아니었지. 그래도 최선을 다했어."


30대의 젊은 날에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렸했던 나의 모습이 내 머릿속에 남아있어서 행운입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열심히 살았냐고 물어보면 떳떳하게 그 때의 경험을 얘기하면서 대답할 수 있으니까요.

결과가 성공적이어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 열심히했다고, 최선을 다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서 행운입니다.


세상은 결과를 보고 성공과 실패를 정의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그 날의 내가 자랑스럽다면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는 최선을 다한겁니다.

저는 앞으로도 과거를 돌아봤을 때 내 자신이 자랑스럽도록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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