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응급실이라 출근 못 할 거 같다고 연락을 했더니
아직 글을 많이 올리지는 않았지만, 회사 생활이 너무 극단적인가 싶어서 뭘 써야 할까 한참을 고민했다. 주 2회는 써야지 하고 시작한 브런치인데, 최소 3일에 한 번씩 글 쓰는 게 만만치는 않더라.
선임(=대리정도?)으로 진급하고 얼마 되지 않아 그룹장이 부서 주무를 해보지 않겠냐고 했다. 대게 주무는 수석급이나 곧 수석급(차장정도되는) 레벨에서 주로 하고 있었지만, 우리 부서는 특이하게 미리부터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했던가... 그래서 나 이전에도 선임급에서 했었다.
일이 좀 이상하게 흘러갔다. 내가 주무가 됐는데, 주무가 주로 하는 일이 부서장이 주관하는 회의, 보고자료, 업무 보고 등등을 정리하고 다른 부서랑 조율하고 하는 게 주로 하는 일이라 다른 업무는 빼고 그 일만 하는 게 통상적이었다. 추가로 한 두 개 정도의 공통업무는 할 수 있겠지. 그런데 부서에 사람이 별로 없으니 부서공통 업무를 전부 다 하라는 것이었다. 그전까지는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 막내가 한다고 해서 그런가, 군기 잡기인가 엄청 고민했었다. 다 따져보니 대략 9가지 정도?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파트 하나 정도 되는 인력이 정/부 나눠가면서 해야 되는 업무 규모네?
주무는 하루종일 앉아서 자료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내가 상대해야 할 사람들은 다른 팀의 임원들, 그룹장들, 아까 말한 차장급 이상의 주무들... 내가 어른들이랑 대화하는 거 참 자신 있는데 그때는 그게 그렇게 싫더라. 암튼 그런 일이랑 자리에 있으면 안 되는 일이랑 여러 가지 일이 겹치다 보니, 뭐는 제대로 안된다고 혼나고 일은 일대로 바쁘고... 5개월 정도 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왔나 보다.
토요일 새벽, 5시쯤 됐는데 몸이 덜덜 떨리고 배 속에 창자가 끊어지는 듯이 아팠다.
정말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차 끌고 가려고 어찌어찌 옷만 끼워 입고 나왔는데 도무지 운전할 자신이 없어서 콜택시 불렀다. 병원 응급실 가달라고. 병원 도착하니 나는 아파 죽겠는데 위가 안 좋은 거 같으니 공복인지 확인하고 내시경 해야 되니 우선 수액 맞고 누워있으란다. 10분 정도 누워있다가 나 죽겠으니 진통제 하나 넣어달라고 사정사정해서 진통제 좀 맞고 있다 보니 토요일 오전에 리뷰 회의 걱정이 됐다. 그 와중에 엄마도 아빠도 아니고, 회사 출근 못 하는 게 걱정이라니....(눈물 좀 닦고...)
링거 바늘 꽂힌 손으로 힘들게 선배한테 전화를 했다. 지금 응급실인데 도저히 출근은 못할 거 같다고. 검사는 받으면 오전 중에 끝날 거 같기는 한데 자료 보내놨으니 그냥 그걸로 리뷰하고 수정 사항 정리해 주시면 월요일에 가서 보겠다고. 그리고도 진통제가 안 들어서 내내 낑낑거리다가 10시쯤 수면내시경하자고 해서 수면약 먹고 잠들었다. (괜찮으면 오후에라도 나오라는 소리 하길래 소리 지르고 싸울 뻔?)
1시간쯤... 지났겠지?
주변에 사람이라고는 없는데 간호사님이 누군가랑 이야기를 하고 있길래 봤더니, 부서 과장님이 와계셨다.
"어? 일어났네? 선생님이 괜찮다고 하시더라."
평소에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분이고, 여길 왜 왔는지를 파악해야 하나 싶어서 그냥 멀뚱히 보고 있었다.
하시더니 그냥 그렇게 진짜 갔다. 그렇게 나가고 났는데 병원에 있는 거 봤으니? 하는 소리가 너무 어이가 없었다. 거짓말하고 집에 있는데 출근 안 했을까 봐 확인하러 온 건가? 아파서 걱정이 됐으면 당사자가 직접 오는 게 맞다. 그리고 미리 연락 한번 해보면 된다. 다 핸드폰 있는 시대 아닌가... 정말 너무 어이가 없어서...
저녁에도 너무 힘들어서 다른 병원 가보니 위경련이라고 하더라. 지금은 가끔씩 있는 증상이라 진경제 하나 먹고 좀 쉬면 낫겠지만. 아마 좀 괜찮아질 때쯤 과장님 보고 열받아서 더 아팠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오후 늦은 시간 부장님한테 문자 한 통이 와 있었다.
저 얘기 듣고 오만정이 다 떨어져서 다른 부서 보내달라고 팀장님을 2달을 쫓아다녔다. 그 그룹장이랑은 같이 이 일 못하겠다고... (3번 정도 이렇게 회사 생활을 했다고? 하는 얘기 적었으니, 다음은 그래도 그나마 재미있는 이야기 좀 찾아올게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