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주일 내내 사람들을 재우고 다닌다.
매주 월요일 오전엔 호스피스 병동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작년까지는 6-7명의 자원봉사자가 한 팀을 이뤄 환자들을 목욕실에서 목욕시키거나 병실 침대에서 샴푸, 발마사지를 했었다. 올해부터는 주로 혼자서 발마사지를 하고 있다. 월요일 아침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다른 요일에 비해 자원봉사자가 적었고, 월요일 오전에만 일정을 비울 수 있었던 나는 혼자서 발마사지를 하게 되었다.
월요일이면 늘 땀범벅이 되어 병원 식당에서 고봉밥을 먹던 내가, 요즘은 평온한 월요일 오전 시간을 보낸다.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들을 발마사지 하는 건 마치 명상하는 것 같다. 림프 순환을 돕는 발마사지를 하기에 압력을 강하게 하지 않고 주로 부드럽게 마사지한다. 햇빛에 비친 환자들의 발을 하나하나 쓸어내리며 마음으로 기도한다. 건조한 병실 공기 속에서 푸석했던 다리는 어느새 촉촉해진다.
발마사지를 유독 좋아하는 환자들은 매주 반가운 인사를 해주신다. 수줍게 발마사지를 요청하기도 하고, 고마운 마음을 요구르트에 담아 주머니에 넣어 주시기도 한다. 지난밤이 고된 탓일지, 마약성 진통제의 무서운 힘 때문인지 발마사지 도중 잠이 드는 환자들이 더러 있다. 미용실에 가서 머리 할 때면 잠과의 사투를 벌이게 되는 것 과 같은 이치일까?
매주 봐오던 해바라기 같은 꽃님이 발마사지를 요청하셨다. 지나간 한 주의 안부를 물으며 발마사지가 시작되었다. 늘 밝고 유쾌한 해바라기 꽃님은 병실 전체를 기분 좋게 만든다. 한쪽 발의 마사지가 끝나갈 무렵부터였을까. 눈을 감고 있던 꽃님의 숨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들릴 듯 말 듯 작게 코 고는 소리에 나의 손끝은 더 부드럽게 마사지했다.
어느덧 발마사지가 끝나고 해바라기 꽃님이 물으셨다.
"아휴 깜빡 졸았어요. 혹시, 저 코 골았나요?"
발마사지 도중 잠에 빠져드는 환자분들을 보면 잠시라도 통증을 잊고 편안해지는 것 같아서, 내 마음이 같이 평안해지곤 했다. 그래서 난 기분 좋게 대답했다.
"살짝이요."
나의 대답에 당황한 꽃님은 요즘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속상해하셨다. 원래는 새근새근 잤는데, 요즘 자꾸 코를 골아서 병실에 있는 다른 사람들한테 미안하고 싫다고 하셨다. 나는 뒤늦게 위로하며 말했다.
"아주 작은 소리였어요. 숨을 좀 크게 들이쉰 정도였는걸요."
해바라기 꽃님의 발마사지를 마무리하며 생각했다. '으이그, 센스 없어.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고 하지. 눈을 감고 계셨지만 잠이 든 줄은 몰랐다고 말씀드리지.'
월요일 오후부터 토요일까지는 본의 아니게 교실에서 아이들을 재우곤 한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재미있는 나의 수학 수업을 즐기는 학생들 틈에 꼭 한 두 명씩 꾸벅꾸벅 조는 학생들이 있다. 그런 아이들을 색출해 내서 다시 신나는 수학 세계로 안내한다.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이지만.
일요일은 나 스스로를 무한한 잠의 루프에 던져 놓는다. 눈을 뜨면 OTT를 틀어 놓고 적당히 끼니를 때우다가 스르륵 다시 잠에 빠져든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일요일엔 깨어 있는 시간이 고작 6-8시간 정도밖에 안 되기도 한다.
평생을 잠이 많아서 고생했던 내가, 다채로운 한 주를 보낸다.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환자들을 편안한 잠에 빠져들게 한다. 잠과의 사투를 벌이는 학생들에게는 불난 집에 수학이라는 기름을 붓는다. 그리고는 끝내 철저하게 패배하는 일요일을 맞이한다.
나는 늘 잠에서 깨어나려고 애쓰며 살았지만, 호스피스 병동에서 만큼은 통잠을 선물하고 싶다. 오늘도 발마사지를 하며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통잠에 이르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