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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by 미묘

나는 오늘도 호스피스에 간다.


매주 월요일 오전, 호스피스 병동에 간다. 호스피스 사무실에 들어서면 이미 출근해 있는 의료진들, 사회복지사와 간단히 인사를 나눈다. 가운을 갈아입고 그날 환자에 대한 특이사항을 전달받는다. 이 과정에서는 희비가 교차한다. 지난 한 주 동안 임종한 명단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얼굴들이 있기 때문이다.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자꾸만 마음에 남아 있는 만남이 여기, 호스피스 병동에 있다.


문득 생각했다. ‘내가 대체 여길 왜 오는 거지?’


보통 이런 생각은 피곤이 켜켜이 쌓인 날에 찾아오곤 한다. 지구의 자전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다가 인생의 풍랑을 맞닥뜨리고 나면 지표면에 서 있는 것조차 어지러운 것처럼.


그저 관성처럼 향하지 않았다면 지금껏 지속할 수 있었을까. 관성, 즉 이너티아 inertia의 어원은 ‘게으르다, 쉬다’라는 뜻의 라틴어 iners이다. 무언가를 남에게 행하는 의미로써 봉사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는다. 내가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진정한 ‘나눔’이 때로는 ‘쉼’으로 느껴지곤 한다. 그리고 호스피스로 이끈 ‘쉼’으로써의 관성이 오늘을 살게 한다. 할머니가 되는 축복이 허락되는 날까지 그 이끌림에 저항하고 싶지 않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끊임없이 자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삶이라면, 호스피스 병동으로 가는 발걸음은 그 힌트를 찾기 위한 쉼의 한 조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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