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의 세계
수영장 셧다운이 점점 가까워오자, 정보력에 발 빠른 분들이 각자 입수한 수영장 정보들을 수영톡방에 공유하기 시작했다. 아! 단체톡은 진정 인간사회의 획기적인 발명품이 분명하다. 정보 공유부터 물 밖에서도 소통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대화의 장이 있으니, 다시 새로운 수영장에서 외롭게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어주는 것이었다. 현재 레벨에 맞는 상급반이 개설되어 있는 수영장 몇 곳이 추려졌고, 좀 더 적극적인 사람들은 수영장을 사전 답사 해보겠다며 '자수(자유 수영)하러 가실 분!'을 외쳤다. 사전 답사도 함께 하고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는 커뮤니티라니, 이렇게 든든할 수가!
근처에 수영장이 이렇게 많은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강습비가 저렴한 구립 혹은 공영 수영장도 있고, 아파트 단지 내 수영장도 있다. 수영을 하기 전에는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지점들을 지도에서 검색하며, 후보 A, B 수영장 사전 답사를 함께 하기로 했다. 수영장 투어도 즐겁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25m 레인을 몇 바퀴 돌고는, 우리끼리 속닥속닥 의견을 나누곤 했다. '여기는 조명이 좀 어두운 것 같지 않아요?' 자유 수영 시간에도 수영장 감독을 하던, 수영 강사인 듯한 남자는 '우리 수영장 분들이 아닌 것 같은데, 다른 수영장 다니다가 오셨어요?' 묻기도 했다. 자수를 다녀온 사람들은 수영장 후기를 단톡에 공유했고, 기존의 수영장과 비교하여 이러저러한 수영장 실사용 후기가 올라오면 서로서로 비교해 보고 각자의 여건에 맞게 선택이 가능한 것이었다.
수영장 A : OO아파트 지하에 있음. 지하에 있어 들어서는 로비에서부터 곰팡이 냄새가 느껴짐. 조명이 어둡게 느껴지고 창문이 없어서 답답함. 락커룸이 너무 비좁아 붐비는 시간에 맨 몸으로 옆사람과 부딪힘. 주차는 아파트 주차장에 가능.
수영장 B : 지하이지만 한쪽벽이 전면창이라 밝음. 외곽에 있어 주차장 여유 있음. 평영반은 오전에, 접영반은 새벽에 개설되어 있음. 거리가 가장 먼 것이 단점.
간단하지만 아주 유용한 실사용 후기들을 가지고, 사람들은 세 곳 정도의 수영장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다음 레벨인 접영반으로 들어간 사람도 있고, 나처럼 조금은 보수적으로 평영을 복습하기로 결정한 사람들도 있었다. 5개월을 함께 한 젊은 강사 선생님과는 내년에 교정반에서 다시 만나자며, 인사를 나눴다. 유쾌하게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우기도 하며, 나의 두려운 수영을 하고 싶은 수영으로 만들어 준 고마운 분이었음은 분명했으니까.
각자의 새로운 수영장 생활도 수영톡방에 공유되었다. 수영장마다 다른 운영 방식이 있다는 것도 그래서 알게 되었다. 어떤 수영장에서는 다이빙 입수는 금지하고 가르치지도 않는 반면, 또 다른 수영장에서는 연수반에서 스노클 장비를 입에 물고 연습한다고 했다. 어린이 생존 수영을 전문으로 하는 수영장 한 곳은 여섯 레인 중 두 레인이 얕은 깊이인 탓에, 평영, 접영도 얕은 물에서 수업이라 무릎이 바닥에 쓸리기도 한다는 후기도 있었다. 각자의 수영장 생활을 공유하다 보면, 마지막은 늘 같았다. 예전 수영장이 좋았는데, 다 같이 친근하게 이야기 나누며 수영할 때가 좋았는데, 우리들의 수영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수영 세계에도 고향이 있다.
수영은 좋은 것이었다. 수영 커뮤니티가 있으면 더 좋은 것이었다. 수영 예찬을 해대며 강력 추천하던 지인들이 왜 그랬는지 이젠 알 것 같았다. 운동이 삶의 활력소가 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수영 6개월 차에 접어든 나는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적당한 위치와 타이밍을 잡지 못해 허우적거리던 팔다리가 거짓말처럼 제자리를 찾아가고, 영법을 차례차례 배우며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 성취감을 느끼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 수영의 묘미라는 걸. 나는 이제 주변 사람들에게 수영을 추천하고 다니는 수영에 미친 자, 수친자가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