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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동석 May 24. 2023

35년 인생정리 시작

자신의 기분을 끌어올리기 위한 준비


밀려드는 업무들을 처리하기 위해 항상 퇴근 시간을 넘겼다. 


개인 시간은 물론이고 가족들과 함께할 시간도 부족했다. 몸은 수없이 움직이고 있었지만 회사의 기대만큼 성과도 매출도 높이지 못했기에 더 많은 일들이 제게 주어져야 했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주어지게 되면 더없이 더 많은 시간들을 직장에서 보내야 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에 들어올 때면 오늘 처리하지 못한 일과 내일 처리해야 할 일들로 집에 있으면서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거기다 하루 매출이 떨어지는 날은 더 많은 스트레스로 골머리를 알아야 했다. 머리는 돌덩이 같이 무겁고 몸은 몽둥이로 두들겨 맞은 듯 부었다.

 항상 피곤해서 시간이 나면 잠만 자기 일쑤였다. 뭐든지 귀찮고 피곤했다. 하루 종일 “잠만 자면 좋겠다”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다” “그만 살고 싶다 ”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친구들은 세상에서 가장 바쁜 석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밀린 일을 처리하기 위해 밥 먹듯 반복되는 야근에 쏟아지는 업무 요청으로 하루 24시간이 부족했다. 일거리를 집안으로 들고 들어오는 일은 다반사였다. 가족들에게 집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건 그만 침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뜻으로 내비치고 있고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깐 날 좀 내버려 둬”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 저의 행동은 우리 가족들에게 민감한 반응까지 보였다. 아내가 집안일을 부탁하면 짜증과 화를 내다. 쉬는 날은 수없이 울려 되는 전화벨 소리에 항상 기분을 망쳤다.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그날 처리해야 하는 메일 업무들은 가족들 과의 시간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제 머릿속은 항상 복잡한 업무들로 가득 차서 그런지 제 삶이 점점 줄어들어 가고 있다고 느껴다.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24시간 돌아가는 작업장에 기계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체력은 방전되고 더 많은 힘이 가중되어 가고 있었다. 어쩌다 쉬는 날은 하루 12시 간식 잠을 자기 일쑤였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나면 밀린 TV를 시청하고, 인터넷 서핑과 뉴스 기사들을 클릭하기 바빴다. 그동안 절 지켜보던 아내가 너무 힘이 들었는지 말을 어렵게 건넨다. “당신이 없는 자리 너무 힘이 들어요”라 고 조심히 얘기를 꺼냈다.  잠시 후 눈물을 글썽이며 아주 큰 소리를 내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당신은 이 집을 잠만 자는 기숙사로 생각하는 것 같군요” 아내는 저와 더 이상 살기 싫다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 제 머릿속은 신호등 없는 꽉 막힌 차도가 되어 버렸다. 일은 그전보다 더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무것도 집중할 수 없었다. 집안 문제로 제 머릿속은 더 이상 아무것도 들어갈 수 없는 꽉 막힌 상태였다.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머리가 터 질 것처럼 아프고 저의 체력은 물 컵을 들기도 힘든 만큼 방전되었다. 


공장에 24시간 돌아가는 기계처럼 한정된 생산량을 끝내야 했지만 나사 하나가 빠져 더 이상 돌아가지 못하는 고장 난 기계처럼 멈추고 말았다. 지친 몸을 겨우 이끌어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추고 가만히 뚫어지도록 쳐다보았다. 퍼석한 피부 때문인지 저의 얼굴은 많이 힘들고 지쳐 보였다. 눈 밑에 검게 자리 잡고 있는 피부 톤은 제가 알고 있는 다크서클이었다. 오랫동안 같이 함께 하고 있으면서도 이제야 그 다크서클과 함께하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순간이었다. 제 자신에게 참 무관심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둡게 칙칙한 얼굴색은 투 톤으로 보였고 눈가에 주름이 더 많이 도 돌아져 늙어 보였다. 거기에 눈 끝은 살짝 꼬리를 내려 우울해 보였고 부모 잃은 아이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아니 다시 보니 울고 있었다. 내게 소리치고 외치고 있는 걸 이제야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외쳤는데” “말했는데” “얼마나 불렀는데” 하고 힘들게 슬퍼하며 울고 있었다. 너무 안타까운 생각들이 파도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무엇을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는지! 오로지 이것만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일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 걸 하나씩 하나씩 밀어내 버리고 엉뚱한 걸 무겁게 담아 짊어지고 살아가는 저의 존재를 이제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 저 자신은 물론이고 저의 주변의 가장 가까운 것들을 하나씩 들쳐보게 되었다. 넘쳐나는 물건들, 창고에 언제 넣은지도 모르는 깊숙하게 박혀 있는 많은 짐들, 선반에 근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물건, 벽과 바닥에 더럽게 묻혀 있는 찌든 때 와 먼지들까지.  쌓아 놓은 불필요한 물건들로 창고에 물건들을 적재하지 못해 입구까지 배를 내밀었다. 물건들로 사무실이 창고인지 사무실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물건들이 굴러다녔다.

현재보다 미래를 보고 제가 가야 할 목표만을 급하게 쫓아서 그런지 주변을 보지 못하고 지나쳐 버렸다. 지금까지 가족을 위해서 직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그 돈으로 우리 가족은 정말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거라는 착각 속에서 쌓여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돈을 많이 벌어야 우리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았다.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어서 큰집에 살고, 가족들과 여행도 하고, 즐겁게 행복하게 살길 바라면서 말이다. 지금까지 고통받는 삶음 미래를 위해 꾹 참고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날을 위해 즐거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다. 아빠와 남편의 부재된 가정을 살아가고 있는 가족에게 큰 실수를 하고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 인생 최대의 정리가 필요했다. 


[많은 물건들에 쌓여 봐야 할걸 보지 못하고 살았다. 정리 이후 삶이 가벼워지고 제 주변의 것들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35년을 살며 가장 큰 각오가 시작되었다. 얼마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제일 먼저 시작한 건, 지금까지 살며 저와 제 주변에 있는 불필요한 물건들을 한 대 모아서 하나하나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리는 것이었다. 




건강을 챙기기 위해 서랍에 한가득 챙겨 놓은 영양제와 비타민제는 유통기한 지난 것들이 반 이상이나 되었다. 옷장에 입지도 않고 쌓여 있는 옷들과 신발들, 은퇴 후 취미 생활을 준비하기 위해 미리 사둔 5년째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된 클래식 기타와 우쿨렐레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증하고도 정말 한 트럭은 버렸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하지 못해 쌓여 있는 일들은 너무도 많았다. 천장 전구 갈기부터 베란다 모퉁이 사이에 검게 쌓인 먼지, 욕조에 검게 붙어있는 곰팡이, 지금까지 한 번도 닦지 않는 현관문고리에 손때들. 청소는 물론이고 아이가 한 살 한 살 더하면서 약속한 비행기 타기, 기차 타기, 자전거 타기, 배 여행 다니기 등 너무 많아서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메모하기 시작했다. 하나씩 약속한 걸 지워 나가기 시작했다. 전 매사에 불만이 많은 사람이었다. 하루하루 답답한 마음을 쌓고 그 마음을 담아 힘들게 같이 끌고 다니며 살았다. 무거운 몸으로 움직이다 보니 당연 저의 기분 또한 그리 좋지 못했다. 저의 몸은 무거워서 그런지 항상 피곤했다. 한 달 중 기분 좋은 날은 고작 10일도 되지 못했다. 정리를 시작으로 저 자신에게 새로 시작하게 되는 큰 즐거움을 주었으며 저의 삶은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깨 달았다.



자신의 기분을 끌어올리기 위한 준비


자신의 주변에 불필요한 물품부터 정리해 보세요.

자신의 주변이 말끔하고 깨끗한지 확인하세요.

자신의 주변부터 청소를 시작해 보세요.

조금씩 그 범위를 확장해 나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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