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나는 당신을 입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누구든 먼저 말하면
상대가 무너질까 봐,
우리 가족은 서로를 위해
묵묵히 슬픔을 삭혀야만 했습니다.
그건 말 없는 약속이었고,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수십 번의 가을을 보내서야,
나는 이제 당신을
조금씩 세상 속으로 돌려보내는 연습을 합니다.
불러도 목이 메이지 않도록,
젖은 눈가에 햇살 한 조각을 걸어둡니다.
그만큼 단단해진 건지,
아니면 세상을 이해하게 된 건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냥
아픔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머니,
당신이 버려둔 젊음을 살아보니 알겠습니다.
어떤 마음이었는지 말이지요.
문득 그날의 기억이 되살아나
차오르는 슬픔을 동공 뒤로 숨기려 했는데
오늘은 숨조차 울음을 닮았네요.
가을이 넘쳐
눈가를 타고 흘러내립니다.
얼마나 더 쏟아야
이 마음이 조금은 비워질까요.
오늘 정말 오늘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