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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니까 좋던데요
02화
우리집의 밤풍경
by
조이
Nov 6. 2024
아이방이 생긴 후
우리 집의 밤풍경이 달라졌다
나는 아이의 방으로 가서
동화책을 읽어주고는
솜털이 빼곡한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는 것으로
간단한 밤의 의식을 치른다
낮의 시간 동안
은 밝음의 화신이었던 아이도
유독 잠드는 순간만큼은 두려워한다
잠드는 것과 죽는 것이 비슷한 줄을
어린 눈으로도 아는 탓이겠지
어느 날 밤인사를 하고 뒤돌아서는 내게 아이가 묻는다
엄마는 내가 죽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나는 잠시 멈추었다가
아이의 언어로 답했다
밥도 안 먹고 내내 울기만 할 거라고
내 대답이 만족스러운지 아이는 미소
를
짓는다
자기라는 존재가 누군가를 평생 울도록 만들 정도의
가공할 힘을 가졌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
그러다가 아이는 이내 눈물을 그렁거리더니
당부를 덧붙인다
밥 한 숟갈은 먹고 울으라고
맛있는 걸로 한 숟갈만 먹고 울으라고
나는 그러마 대답하고는 아이를 안아주었다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것을 느낄 만큼
아이의 마음은 훌쩍 자라고 있었다
단단하고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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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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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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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서 자랐고 지금은 서울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칩니다. 사람과 마음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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