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셀프 인테리어를 경험한 소비자의 관점에서
반셀프 인테리어 공사를 하다 보니 '이 데이터가 안 쌓이고 있다고? 아까운데?' 싶은 때가 있었다. 건축행정과 업계 사정에 문외한인 사람이, 단순하게 소비자 입장만 겪고 희망하는 것들을 정리했다.
우리나라는 주택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집을 사려면 월급을 26년 치나 모아야 하는데, 살아보기 전에 집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는 너무 적다. 정보가 투명해지면 불리해지는 집도 있을 거라 쉽진 않겠지만, 언젠가 국가에서 양질의 주택 DB 만들어주면 좋겠다. 희망하는 정보는 다음과 같다.
1) 설비 이력
창호, 난방설비, 공조설비, 전기설비의 시공 이력을 알 수 있으면 좋겠다. 창호는 15~20년마다 교체해야 하고, 전기배선도 20년, 보일러는 10년 정도면 바꿔주는 게 좋다고 한다. 국가에서도 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한 지원사업도 하는데, 설비를 DB로 관리하면 국가에서 교체주기 알림도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설비를 설치한 집이 매도할 때 유리해지면, 설비 바꾸는 사람이 늘어나 전체적인 주택 에너지 효율도 개선될 것이다.
2) 자재 이력
집에 사용된 자재 정보를 원하는 사람만 등록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 자재에 신경 쓴 사람은 당당하게 공개할 수 있고, 이런 문화가 생기면 자재 품질이 좋아질 거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공사할 때 어마어마한 폐기물이 발생하는데, 환경영향이 낮은 자재를 시공하고 실제 시공여부를 확인하면 뭔가 혜택을 줘도 좋겠다.
3) 시공 이력
이 또한 원하는 사람만이라도 등록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언제, 어떤 업체에서, 어떤 부분을 공사했는지. 부동산 매물 정보에 '올수리, 부분수리' 쓰여있는 것보다 신뢰 가는 정보일 것이다. 업체 DB와 연동하면, 업체의 포트폴리오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다. 실력 있는 시공업체가 시공 이력에 올라온 집은 가치도 높아질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치솟는 흐름을 막을 수 없다면, 적어도 집을 가치 있게 만드는 노력들이 가격에 반영되면 좋겠다.
1) 자재 후기
자재는 시공업체나 대리점을 통해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납품확인내역으로 증빙하고 자재에 대한 후기를 남기면 혜택을 주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 업체는 사용자 피드백 데이터를 모아 더 좋은 자재를 개발하고, 사용자들은 보다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온라인쇼핑의 리뷰시스템에 길들여져서 더 불편했다. 반셀프 인테리어는 자재 선택의 연속인데, 자재 후기는 일일이 검색해야 해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후기를 찾지 못하면 업체의 제품 설명만 믿고 큰돈을 지불해야 했다. 시공 일정 제약이 있으니, 부디 옳은 선택이었기를 바라며.
2) 자재 목록
좀 더 욕심을 내면 전 세계 자재와 각 나라 소비자들의 평가를 한곳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 유통되지 않는 자재의 접근성이 높아지면, 선택지도 다양해지고 수입이라 비싼 자재의 가격이 적절한 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인테리어에 1억을 써도 이상하지 않은 이상한 시대가 와버렸다. 몇 년 동안 살아야 할 집에 큰돈을 들이다 보니 인테리어 업체를 고를 때 신중해진다. 다행히 인테리어 플랫폼과 커뮤니티에 좋은 정보가 많지만, 더 안전하고 정보가 투명해지면 좋겠다.
1) 시공이력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에 따르면 1,500만 원 이상 지불하는 실내건축공사는 건설업 면허가 있는 업체만 진행할 수 있다. 면허 없이 공사를 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무자격 인테리어 업체를 피하는 건 소비자의 몫이다.
이럴 거면 1,500만 원 넘는 인테리어 공사는 간단한 등록 절차를 만드는 게 안전할 수 있다.
- 집주인: 본인인증 후 업체명과 주소지를 입력한다.
- 업체: 업체인증 후 날아온 시공 수락버튼을 누른다.
- 시스템: 업체 면허와 명의를 조회하고 승인한다. 주택 DB엔 업체 정보가, 업체 DB엔 시공이력이 등록된다.
시공이력이 업체 DB에 등록되면, 특정 아파트 시공이력이 있는 업체를 검색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지금도 업체 포트폴리오에 아파트이름이 등장하니, 동호수만 나오지 않으면 공개해도 되는 정보라 생각한다.
2) 지도기반 업체 찾기
실내건축공사업 면허가 있는 주변 업체를 찾기 쉬워지면 좋겠다. 지금도 대한전문건설협회에서 지역별 전문업체 목록을 확인할 수 있지만, 주소만 보여줘서 우리 집과 가까운 업체를 판단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