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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아 May 09. 2024

챕터 8 재회



"백이은 !! 와.. 수능 끝나니까 이제서야 얼굴 보여주네."

"오랜만이다? 차은재..!"

"너 얼굴 좋아 보인다?"

"그래?"

"뭐야. 뭔데? 무슨 일인데?"


얼굴이 좋아 보인다는 차은재의 말에 며칠 전 세연이와 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었다. 원래는 차은재한테만 조금씩 털어놓았던 얘기였었다.


"좋은 친구네, 잘 됐다. 근데 왜 음.. 뭔가 좀 서운하다?"

"뭐가?"

"아니. 너 내가 제일 친한 친구 아니었어?"

"당연히 너도 내 친한 친구지, 그리고 아주 좋은 친구지."

"오 뭐야 ㅋㅋㅋㅋ 어쩐 일이야. 다음에 세연이라는 친구 나한테도 소개해 줘."

"좋아ㅎㅎ"


"네 덕분이야."

"어?"

"내가 세연이한테 내 속마음을 말할 수 있었던 거.."


"너도 알다시피 내가 좀 답답한 면이 있잖아. 혼자 복잡하게 생각하고 혼자 단정 지어버리고.. 그렇게 힘들어하고.. 그런데 그런 내 모습이 싫더라도, 일단은 온전히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걸 알게 해준 게 너였어."


차은재에게 꼭 전하고 싶었던 말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런 마음과는 다르게 마음만 앞서서 잠깐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차은재도 나와 같이 생각에 잠긴 듯, 조용하게 기다려주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 주변에도 참 좋은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아. 너도, 세연이도, 미주도. 그리고 또.. 그런데 나는 항상 나를 생각해 줬던 사람들보다는 나에게 관심 없던 사람들에게 애정을 갈구하고 있었던 거 같아.. 그러면서 내가 나를 힘들게 했던 것 같아."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까 내가 나를 아껴주지 못한 것 같더라고. 실수며 상처며 다 후회로 자책으로 만들어버리기만 하고.. 내가 나를 사랑하는 법을 잘 모르니까. 그렇게 또 주변 사람들한테도 고스란히 상처만 준 것 같아."


차은재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차은재도 나를 바라보았다.


"고마워. 차은재."


차은재는 언제나처럼 씩- 하고 웃어 보였다.


"그럼 된 거야. 이미 알고 있었던 걸, 그저 알기만 했었던 걸,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야."


한껏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하던 차은재는 이내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내게 물었다.


"아. 근데 너 왜 다른 애들은 다 성 빼고 부르는데, 나만 차은재야?"

".. 아 그래?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야.. 중요하지. 그게 어감이 다른데.. 너는 되게 세심할 것 같은데 그걸 모르냐.."

"ㅋㅋㅋ 야.. 아 알겠어~ 야 근데 너도 나한테 백이은이라고 하지 않냐..?"

"아 나는.. 일부러 그러는 거지."


"나 실은, 네가 고등학교 나랑 다른 곳으로 간다고 했을 때. 너랑 같은 곳으로 갈까, 고민했었다?"

"아 진짜?"

"응 ㅋㅋ"


"그런데 같이 안 가길 잘한 것 같아."

"왜..?"

"머니까.. 너랑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거든. 난 천천히 너에게 다가갈 수 있었고, 넌 너의 속도에 맞게 나에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


오랜만에 만난 차은재와 그동안에 주고받은 연락이 무색할 만큼 아주 오래오래 이야기를 했다. 차은재는 내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가 고등학교 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해주었던 든든한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있는 내 모습 그대로도 괜찮다는 걸 아주 오랜 시간 누구보다도 진심을 다해 알려준 사람이었다.


"또 보자 백이은! 대학교 가기 전에, 대학교 가면 또 대학 생활 바쁘다고 안 만나 줄 거잖아 너."

"아니거든."

"ㅋㅋ 조심히 들어가 연락할게."


".. 은재야..! 우리 자주 보자. 대학교 가기 전에. 그리고 대학교에 가서도..!"


조심히 들어가라며 손을 흔들던 차은재를 향해 힘껏 소리쳤다. 차은재는 잠깐 놀라더니, 만족한 듯한 표정을 하고선 더욱 힘차게 나를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은재와 세연이는 내게 정말 좋은 친구이자 소중한 사람이다. 나를, 또 그들을 위해서라도 더 단단하고 멋진 사람이 되어야겠다.'




"이은아~ 마트에 가서 감자랑 양파랑 당근이랑 좀 사 올래? 네가 좋아하는 카레 만들어줄게."

"아~ 알겠어."


엄마의 심부름으로 마트에 갔다. 추운 날씨에 몸이 덜덜 떨렸다. 빨리 갔다 와야지 생각하면서 빠른 걸음으로 마트에 도착했다. 종이에 적어온 엄마가 부탁한 것들을 하나씩 사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백..이은..?"


소리 나는 쪽을 쳐다보니, 민서가 서 있었다.


"어..!"

"야~ 진짜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어.. ㅎ 너도 잘 지냈지?"

"응..ㅎㅎ 어.. 장 보러 온 거야?"

"아.. 응. 엄마가 심부름 시켜서."

"아~ 나도 엄마 따라왔어. 엄마가 친구 만나러 가는데, 이것저것 사서 가자고 해서."

"아~ 그렇구나."


"어.. 저기 나는 살 거 다 사가지고 먼저 가볼게."

"아.. 그래. 저기..! 이은아 조금만 기다려줄래?"


민서는 기다려달라는 말을 하고선 잠깐 엄마에게로 가더니 곧 내게로 다시 왔다.


"이은아 잠깐 시간 돼?"

"응? 어.."


민서와 나는 마트 옆에 작은 카페로 향했다.


"어.. 아이스초코 하나랑.. 핫초코 하나 주세요."


'핫초코..'

민서는 내가 주문하고 있던 것을 듣고 있다가 조그맣게 '핫초코'라고 되뇌었다.


주문을 하고 준비가 다 되면 자리에 가져다주겠다는 말씀에 민서와 나는 어색한 듯 쭈뼛거리면서 얇은 커튼이 쳐져 있는 자리에 앉았다.


"ㅎㅎ 너무 오랜만이라서 무슨 얘기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게.. ㅎ"

"난 엄마가 가라는 대학교 말고, 내가 가고 싶은 대학교로 가게 됐어..!"

"오 진짜? 잘 됐다 ㅎㅎ 나도.. 지망하던 대학교 중 한곳으로 가게 됐어."

"잘 됐다 ㅎㅎ"


우리 둘의 어색한 공기가 카페 안에 온통 퍼지고 있는 것 같을 때, 마침 주문한 음료수가 나왔다.


"따뜻하다 ㅎㅎ"


민서는 머그컵에 손을 살짝 가져다 대더니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나도 살짝 웃으면서 빨대로 음료를 저었다. 얼음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제법 크게 느껴졌다. 카페에 틀어진 노래가 다른 노래로 바뀌면서 살짝 정적이 일다가 이내 겨울에 어울리는 팝송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민서와 눈이 딱 마주쳤다.


"어?!"

"오 ㅎㅎ 네가 좋아하는 노래다."

"그러니까~ 오.. 백이은 기억하네 ㅎㅎ"

"당연하지 ㅎㅎ 너 겨울에 이거 질리도록 들었잖아."


우리가 맘껏 웃고 함께 보낸 겨울은 한 번뿐이었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것을 공유했기 때문에 나에겐 민서에 대한 기억이 짙게 남아있었다.


그 짙은 기억을 잡고, 민서에게 다가갔다.


"미안했어, 민서야."

".. 응..?"

"그냥.. 너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 상상을 수백 번도 더 했었는데.. 그리고 하나하나 다 말하고 싶었는데 .. ㅎ 막상 만나서 말하게 되니까 뭘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음.. 그냥.. 즐거웠던 것만큼 두려웠던 것 같아. 그래서 나 스스로한테도 그리고 너한테도 솔직하지 못했어. 미안했어. 그리고 고마웠어."


민서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머그컵을 만지작거리다가 울음을 삼키다가 목이 메는 듯, 살짝 갈라지는 목소리로 내게 답을 했다.


"내가 먼저 말하려고 했는데.. 예전부터 말하고 싶었어. 나도.. 나도 그랬어.. 미안했고 그리고 진짜 고마웠어 너한테."


마주친 눈에, 환한 미소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만약 우연히라도 어디선가 민서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어떤 말을 할지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고등학교를 가서도 민서가 문득문득 생각이 났었다. 민서는 내게 특별했던 사람이었다. 내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생각하면서 전학을 갔었을 때,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들에 힘들어하면서도 익숙해지려고 노력했을 때, 그때 내게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었다. 난 민서의 손을 잡기도 했고, 뿌리치기도 했고 또 반대로 민서가 내 손을 잡기도 했고 뿌리치기도 했지만 우리가 맞잡은 손이 따뜻했었던 것엔 변함이 없었다.


"잘 가~ 건강하고~ 대학 생활 파이팅 하고 ㅎㅎ"

"그래 ㅋㅋ 너도 건강하고.. 파이팅..!"


민서와 나는 음료수를 다 마실 때까지만 대화를 하고 곧 헤어졌다. 서로에게 '파이팅!'이라는 응원을 건네면서.

은재에게 이야기했을 때 그리고 세연이에게 이야기 했을 때 하고는 또 다른 후련함 이었다. 무언가 마음 깊숙한 곳 어딘가 조금은 남아 있던 답답함이 드디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정말 오랜만에 민서를 우연히 마트에서 만났다. 반가웠다. 민서는 아직도 따뜻한 걸 좋아하나 보다. 민서도 지유하고는 졸업 후로는 아무런 연락도 주고 받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번호가 바뀌었지만 민서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게 맞을 것 같았다.'




대학교에 입학하기 며칠 전, 마지막으로 공터에 가기 위해서 집을 나섰다. 그런데 갑자기 패딩을 입고 목도리를 두르고 장갑까지 낀 아빠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이은아, 오늘은 아빠도 같이 공터에 가도 될까?"

"어.. 응!"

"너 아빠가 사준 목도리 어디 갔어? 오늘 엄청 춥대~ 얼른 목도리 다시 하고 와~"

"알겠어."


아빠는 추우니까 장갑도 끼라면서 본인의 장갑을 벗어주었다.


아빠랑 단둘이서 산책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살짝 어색하다고 느껴졌는데 그렇게 느껴지는 내가 좀 나쁘기도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너~ 어색하지?"

"응..? 아니.. 아닌데."

"너는 ~ 아빠가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어~"

"....ㅋㅋ 뭐야.."


아빠는 장난을 치기도 하고, 내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있었던 나무라던지 길가에 피어있는 꽃들의 이름이라든지 등을 알려주면서 언덕을 올랐다.


언덕에 도착한 아빠는 숨을 헉헉거리면서 아무래도 운동 부족인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 모습이 웃겨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와.. 웃어? 딸.. 너도 아빠 나이 되어봐라~ 너도 곧이다~"

"응? 무슨 소리야~ 나 이제 대학생인데."

"그러니까~ 네가 벌써 대학생이네.. 그러니까 백이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 너무 많은 걱정은 너한테 짐이 될 뿐이야."


"... 아빠, 나는 왜 아빠를 안 닮았을까?"

"무슨 소리야~ 너 완전 아빠랑 똑같이 생겼는데~"

"아니~ 얼굴 말고.. 성격.."

"아~ 성격? 음.. 성격도 아빠랑 정말 닮았는데? 아빠도.. 어렸을 때 조용하고, 또 소심하고.. 또 걱정도 많은 그런 아이였어~"

"엥..? 진짜? 절대 안 그럴 것 같은데."

"뭐야.. 그거 칭찬이지? 근데 왜 말투가 살짝.."

"아~ 칭찬이야 ㅎㅎ"

"그래~? 그렇다면 칭찬으로 받아들여야지 ㅎㅎ"


아빠는 괜히 헛기침을 한번 하더니, 다정하게 내 이름을 불렀다.


"이은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어. 솔직히 아빠도 '시간이 약이다.' 이 말을 진짜 싫어했거든? 왜 그렇게 함부로 내가 느끼는 힘듦을 그 문장 한 줄에 별거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지.. 싶었어. 그런데 시간이 흘러가면서 놓치는 것들도 많고, 후회되는 일들도 많고 그렇지만 그렇게 흘러간 것들에 대해서 내가 계속 붙잡고 있는다면 진짜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을 만날 수 없더라고. 그리고 진짜 나의 모습을 찾을 수도 없는 거야. 그러니까 순간순간의 너의 선택에 그리고 네가 내린 선택에 대한 결과에, 너무 오래 힘들어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또 반대로 너무 오래 기뻐하지도 말고. 그냥 무언가가 너의 인생에 오고 감에 있어서 그 찰나를 느끼고, 그 찰나에 힘들어하고 또 기뻐하면서.. 즐기는 거야~ 스스로를 굳게 믿으면서.


아빠는 잠깐 말을 끊었다. 그리고 하늘을 한번 바라봤다가 기지개를 쭉 펴더니, 또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이은아~ 너 자신을 믿어. 어떤 순간이 와도 너 자신을 놓지 마. 시간이 지나서 엄마랑 아빠가 잠깐 네 곁을 떠나 있을 때.. 그때 만약 힘든 일이 생기거나 또 모두가 다 너를 비난하는 일이 생기거나.. 그런 아주 괴로운 어떠한 일이 생겼을 때. 그래서 모든 게 다 적인 것만 같을 때. 그럴 때에도 네가 너 자신을 떠나지 않는다면, 그렇게 끝까지 너를 믿고 끝까지 네 곁에 남는다면. 이기지 못할 건 없어. 그리고 지금..! 이렇게 너를 믿고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있잖아. 네가 너를 믿고 또 누군가는 너를 정말 아끼고 사랑한다는 걸 잊지 말고 항상 알아차리면 분명 너는 너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야."


아빠의 말에 내 모든 마음이 비워졌다.

그리고 이내 또 모든 마음이 채워졌다.


"... 아빠.. 아빠는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이야. 아빠가 있어서 내가 힘든 시기를 매번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땐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알겠더라고.. 아빠의 응원을 그리고 사랑을.. 정말 고마워 아빠..!"


그 말을 하고 아빠를 바라보니 아빠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아빠는 바람이 너무 차다면서 괜히 눈을 비볐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내가 환하게 웃어 보이자 아빠도 환하게 답해주었다. 그날 공터에 앉아서 아빠와 한참 동안 얘기를 했다. 아빠는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나는 기억도 나지 않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엄마에 대해서도.




"아니~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딸이랑 데이트 좀 했지~"

"참나.. 얼른 손 씻고 저녁이나 드세요~ 이은이 너도~"


"이거 먹어봐.. 아..! 그리고 이것도..!"

"아이~ 알아서 먹게 두라니까~ 애 밥이 안 보이잖아~"


"아쉬워서 그래..! 아쉬워서.."

"... 자주 올게 엄마, 연락도 자주 하고..!"

"딸~ 아빠한테도 자주 해야 해..!"


그날 저녁,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반찬들을 잔뜩 해주셨다. 이젠 자주 못 먹을 테니 많이 먹으라고 계속 밥그릇에 반찬들을 올려주셨다. 아빠는 밥이 보이지도 않는다면서 그만 올려주고 알아서 편하게 먹게 하라며 엄마를 말렸지만 엄마는 아쉬워서 그런다면서 갑자기 속마음을 툭 내비쳤다. 엄마가 그런 표정으로 그런 말을 한 적은 처음이었다.


저녁을 다 먹고 나서 곧 떠나기 위해서 미리 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엄마가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가도 돼?"

"아, 응!"

"헤- 벌써 짐 싸는 거야..? 아직 며칠 남았잖아."

"미리 좀 싸두려고, 그게 맘이 편해서."

"음.. 그래.. 아~ 그리고 이거..!"

"응? 이게 뭐야?"

"용돈! 엄마가 처음 주는 거지? 뭐.. 그동안은 아빠가 몰래몰래 줬으니까.. 내가 줄 필요가 딱히 없었지.. 암튼 핸드폰에다 보내려다가 그래도 처음 주는 거니까~ 봉투에다 주고 싶어서~"

".. 고마워 엄마 ㅎㅎ"

"응.. 대학교 가서도 잘 지내고, 아프지 말고. 아이 뭐~ 아직 며칠 남았으니까~ 그때 또 이야기하자. 너무 늦게까지 하진 말고~"

"응~"


처음으로 엄마에게 받은 용돈이었다.

'내 딸 이은이에게'라고 쓰인 봉투에 담겨 있는 용돈.




'또 새로운 곳,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적응해야 한다. 여전히 무섭고 두렵고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그렇지만 괜찮을 것이다. 내겐 나보다도 더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이 생겼고, 그 사람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느꼈으니까. 내가 나 자신에게만 갇혀서 돌아보지 못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차렸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똑바로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이젠 갇혀있던 마음에서 벗어나서 한 걸음씩 내디딜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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