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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의삶을지원 Apr 28. 2023

학부모 상담을 하고

혹시 금쪽이는 나 아닐까...? 

 어감이 좀 그렇지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지 한달 반 정도 지났고 새로운 담임선생님과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일은 그동안 집에서 아이를 이렇게 키웠습니다 하고 평가받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긴장되고 머리속이 하얘지죠. 보이지도 않을 전화상의 상담입니다만 방 구석에 무릎꿇고 앉아 머리를 조아리며 네, 네 그렇죠 선생님 하게 되는것도 그때문인것같습니다. 올해도, 두 아이 다 큰 이벤트없이 적응을 잘해주고 있다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괜히 기분이 뿌듯하고 아이들도 더 이뻐보입니다. 


 특히나 올해를 위해 저나 아이들이 조금 더 열심인것도 있었어요. 아이들 학교생활 중 첫번째 고비라는 3학년 맞이를 위해서인데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제가 수포자 외길 인생을 걷기 시작한 것도 3학년이었고, 갑자기 늘어난 과목들과 활동들로 혼란을 겪었던것도 3학년이었던 것 같았어요. 30여년이나 지났는데도 3학년은 미지의, 그러나 조금은 두려운 시기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그래서 더 걱정이었어요. 

그리고 막막했습니다. 저역시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극복해내지 못해 수포자의 길로 들어섰었거든요. 문제를 아는데 답을 모른다는 것. 그건 진짜 답답하고 그리고 무섭거든요. 그래서 방학 내내 서점을 다니며 여러 권의 문제집들을 비교해보고 나름의 분석도 했습니다. 자식이 내가 설계한 큰 그림에 잘 적응하고 따라와 주면 참 역설적이게도 부모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자식에게 다시 적응을 해보라 요구하게 됩니다. 아니겠지만 잠시나마 진짜 우리애 나중에 공부로 사고한번 치겠는데? 하는 희망회로도 돌리죠. 그런데 3학년은 진짜 좀 다르더군요. 이정도 했으면 다음 스텝을 좀 밟아봤음 좋겠는데, 아니 근데 왜 이걸 모를까? 하고 부아가 치밀기도 하고, 모르겠으면 별표치고 넘어가라고 한 건 나면서 문제집 한 쪽이 다 별표만 가득하면 너는 문제를 풀어볼 시도도 없이 별부터 그렸냐며 이게 학생의 자세라 생각하냐고 화를 내는 거에요. 


 모르는게 당연한건데. 모르니까 먼저 이게 뭘까, 어떤 맛일까 그냥 우리는 맛만 보는거야 하며 호기롭게 시작한 예습이었는데. 그리고 반복해서 읽다보면 답이 나올텐데.. 

 "어째서 너는 직각이 90도라는걸 모르는거니? "

 "엄마, 직각이 뭐야? 아니 직각이 90도라고요? 그건 안적혀있어요. "

네...정말 그랬어요. 직각이 90도라는 건 나에게나 상식인거고 예비 3학년인 아이가 모르는건 당연한 거에요. 진짜 그렇더군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 다 알아야 누군가를 가르치는건 이치에 맞는 소리지만 , 가르친다는 것, 가르침을 주는 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란것을요. 이런식으로 교과서 한 번 훑어본답시고 깊이도 익힘도 전혀 안되는 예습을 계속 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 같아 그길로 예습은 그만하기로 하고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연산 연습이나 실컷 하게 해줬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교과시간에 선생님께 배웠다며 직각 삼각형의 특징에 대해 줄줄 꿰더니 쪽지 시험도 곧잘 쳐오더라고요. 저와 울고불고 씨름해대며 하품하며 예습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어린이집부터 지금까지 매년 학부모 상담을 마치고 나면 전 당장은 아이들을 이렇게 키워낸 나 자신의 노고에 감격하며 더 힘내서 제대로 키워보자 화이팅을 외쳤지만 한편으론 후회도 많이 됩니다. 나역시도 그렇게 키워졌지만 자꾸만 욕심내고 내 못이룬 성과들을 아이들에게 자꾸 투영하게 되는거요. 혹자는 '부모가 자식에게 욕심을 안내면 그것또한 제대로 된 부모라 할 수 없다 '라곤 했지만 필요이상의 관심과 간섭은 정말 서로에게 독이 됩니다. 일단 난 교육 전문가가 아니니 아이를 키우면서 계속 공부를 해야하고 내 말과 행동이 다 옳다는 생각은 늘 경계해야겠죠. 이를테면 모르는 걸 별표하는 아이가 '금쪽이'가 아니고 별표를 할 만해서 한건데 왜 별표했냐고 다그치는 내가 '금쪽이'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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