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때쯤이면 두 아이들이 손수 만들어오는 카네이션이 대표적인데 사실 더 낯선 것은 효도 쿠폰입니다. 아이들이 네 살부터 꾸준히 만들어오고 그걸 안 버리고 착착 모아 주방 서랍에 모아는 두지만... 얘네 효도가 뭔지는 알까요?
첫째애 낳고 조리원까지 졸업했지만 첫째의 황달은 없어지지 않아 친정엄마와 소아과에 같이 가서 진료를 받았던 날이 기억납니다.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친정엄마에게 간호사분이 '할머니, 이 날씨에 아기 겉싸개까지 하시면 애기가 태열이 너무 심해지니까 좀 벗겨두세요~'라고 했는데요, 저도 모르게 울컥하여,
"엄마, 저 사람이 엄마더러 할머니래, 아니 누구보고 할머니라는 거야?"
".......? 얘, 나 할머니 맞는데 이제..?"
저도 모르게 볼맨소리가 좀 컸나 봐요. 안내해 주시던 간호사분이 당황하셔서 할머니 아니세요? 제가 실수했어요 ~ 하시는데 정말 부끄럽고 죄송하더라고요. 간호사분이 친정엄마께 '할머니'라 한 그 시점부터 정말 저희 엄마는 이제 저만의 엄마가 아니라 내 아이들의 외할머니가 되시는 거구나 피부로 확 와닿았어요. 친정엄마와 간호사분은 자초지종을 주고받으며 웃으셨지만 전 왠지 쓸쓸하고 무거운 기분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몰래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엄마가 된 첫 순간이 생각납니다. 차창너머로 누워서 입을 뻐끔대며 젖을 찾는 아이를 보고 펑펑 울었던 순간 말입니다. 오로지 저의 선택으로 세상에 나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맨몸으로 저와 남편만 믿고 세상에 나온 저 작은 생명을 어쩌자고 낳은 걸까. 저 아기를 이제부터 내가 키워야 하는구나... 기쁨보다 두려움이 컸던 것을 고백합니다. 그렇게 울고불고 키우며 후회 안 하게 애지중지 키웠냐면, 또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연년생으로 동생이 찾아오고부터 아이는 일찍 크고 일찍 철들고 낯가림도 없이 그렇게 컸습니다. 그래서 전 아직도 이 집 첫째는 참 의젓하고 순했어하는 말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의젓하고 착한 첫째의 고마운 카드를 보자마자 올해도 울컥 눈물부터 터집니다. 사랑하고 존경한다니, 도대체 너에게 난 어떤 의미이길래....! 생각할수록 자식의 부모사랑을 따라잡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내가 한 거라곤 낳아주고 길러준 게 다인 거 같은데, 다른 이유 없이 단지 나라는 이유 하나로 사랑한다니.... 두 딸덕에 올해 어버이날도 부끄럽고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올해 어버이날도 자격 미달인 채로 축하만 받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