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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누구보다 사랑해 줄 사람

by 한보물



나는 어릴 적부터 생각했다.
얼른 어른이 되고 싶다고,
빨리 결혼해서 나만의 가정을 만들고 싶다고

아마도 그건 내가 받아보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 무조건적인 이해와 지지
누군가에겐 너무도 당연한 것들이
내겐 한 번도 당연했던 적이 없었기에
나는 그것을 ‘직접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랐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사랑의 기준은 부모에게서 시작된다고
부모에게 어떤 사랑을 받았는지가
우리가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랑받으려 하는지를 결정한다고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사람은
애초에 사랑받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그래서 그런 건지 나는 사랑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늘 조심스러웠다.

아빠가 딸을 사랑하는 것 자체만으로
딸은 자신이 소중하고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배운다고 하던데

나에겐 그런 사랑의 대한 기준점 자체가 없었다.

사랑을 받고 싶었지만 사랑을 주는 방법을 몰랐고
좋은 사람에 대한 기준조차 불명확했다.

나는 내 자신을 낮췄고, 상대방에게 나를 맞추기 바빴다.

그런 관계가 건강하지 않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게 사랑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사랑이 아니라면 내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그냥 운이 안 좋았겠지
사람 보는 눈이 없었겠지

언젠가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내가 나를 희생해서 하는 사랑도
고맙다고 돌려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에
내가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생각했어야 했다.

사랑을 받고 싶다면,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생각했어야 했다.

나 조차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는데
상대방에게 많은 사랑을 준다고
그 사랑이 내게 돌아온다는 법은 없었다.

그때서야 나는 깨달았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에
내 스스로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부모님의 기준점이 없는 대신
내가 나만의 기준점이 되어야 한다고

나는 사랑을 매번 갈구했지만 답은 단순했다.

누구보다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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