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출장 후 귀국 길 기내 좌석과 권력
프랑크프루트 발 인천행 비행기, 내가 제일 싫어하는 중간에 낀 자리였다. 13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한참을 자다 깨다를 반복해도 시간은 더디게만 가고 있었고, 몸은 마른 장작처럼 뻣뻣해지고 있었다. 그때 옆자리(역시 낀 자리)에 앉아있던 여려 보이는 금발의 젊은 아가씨가 잠에서 깨어났다. 찌뿌둥한지 갑자기 그 좁은 공간에서 본인의 한쪽 다리를 수직으로 하늘로 쭈욱 뻗어 올렸다. 순간 '이건 뭐지, 얘 뭐야'하며 놀랬다. 곧이어 다시 반대쪽 다리를 쭉 뻗으며 몸을 내 쪽으로 스트레칭을 한다. 그 순간 낯설어하는 내 눈과 마주쳤다. 그녀는 멋쩍게 웃었다. 도저히 궁금해서 그녀에게 용기를 내 물었다. 도대체 너의 정체가 뭐냐고. 그제야 그녀는 어리둥절하는 나에게 자기소개를 해줬다. 그녀는 루마니아 체조 국가대표 선수였다. 평소 친분이 있던 손연재 선수 갈라공연에 초청되어 한국에 오는 중이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었으니, 낀 자리인들 무엇이 그녀를 불편하게 했겠나 싶었다. 덕분에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으며 장거리 비행을 덜 지루했던 경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