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동의 표면
스무 살, 그는 창업을 했다.
사실, 그는 비교적 사회적으로 어린 나이에 창업을 했다는 사실을 특별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창업이 특별했다면,
주변인들이 넘겨짚어 생각하는 동기와는 다른 동기로 창업을 했고.
창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자본 없이 창업을 했다는 점일 텐데.
이 모든 것들은 그리 칭찬받을 일은 아니다.
무모했고, 무책임했다.
누군가 그를 비난한다면 그는 그 어떤 핑계도 대지 말고 침묵하며 반성해야 한다.
(그의 창업동기는 '나도 당연히 선생님 될 줄 알았지'에 풀어놓았다.)
맨땅의 헤딩,
그의 창업기를 잘 나타내는 표현이다.
창업과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 없이 무작정 학교들을 찾아가 열변을 토하며 PT를 하는 것.
그렇게 하나씩 그의 사업들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지금에서 드는 생각이지만 참 예의도 없고 경우도 없다.
(그런 모습부터 지금까지 그를 키워준 모든 선생님, 학교, 기관들에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지금에야 정말 다행히도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를
청춘의 노력과 시간, 수많은 리소스를 낭비하며 비싼 값에 배운 그였다.
그 덕에, 이제야 방법을 좀 아는 듯하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방법은 스타트업에 대한 특별한 방법이 아니라 정말 간단한 로직을 뜻한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성적을 높이고 싶으면 공부를 하면 되고.
다이어트를 하고 싶으면 운동을 하면 된다.
당연하고도 간단한 로직이지만 그는 놀랍게도 전혀 몰랐던 것이다!
사업?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겠지! (쓰면서도 부끄럽다.)
나름 스타트업 창업가로 청춘을 보내며
5년 정도 지났을 때부터인가
종종 창업과 스타트업, 더 나아가 교육사업, 소셜벤처에 대해 그에게 인사이트를 얻고자 하는 이들이 있었다.
때로는 선생님, 때로는 선배님의 호칭으로 그들에게 창업과 스타트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노라면 스스로 참 부끄러워하는 그였다.
창업과 스타트업 필드에서 그는 병아리 중에 병아리이다.
단지, 그가 생각하는 비전에 있어 성과를 증명해 왔을 뿐.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실패를 거듭했다.
그나마 내세울 것이라고는 이 끈질긴 생명력 정도이다.
(생존만큼은 코로나19도 버텨낸 만큼 조금 자신감이 있다.)
돌아와서,
종종 그에게 찾아오는 이들이 묻는 질문들은 대개 비슷한데
그 모든 질문들에 그는 명쾌하고 현명한 답변을 주지는 못한다. (사실 나도 잘 몰라요)
그래도 비교적 어린 나이부터 사회라는 커다란 돌에 계란을 던져댄,
비교적 공감능력이 풍부하고 신념에 가득 찬 사나이로서,
반쯤 확신에 차서 답변하는 질문이 있다.
'대표님께서 생각하시기에는 그럼 스타트업 하면서 무엇이 가장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그는 답변한다.
'솔직히 무엇하나 안 중요한 게 없는 것이 현실이겠지만, 저는 정말 '사람'인 것 같아요.'
춤추는 우주인을 이끌어가는 두 남자가 있다.
차세동과 기훈이.
그 둘은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무작정 배웠고.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꿈'을 그려가며 함께하자고 했다.
기훈이가 이야기한 적이 있다.
'세동아, 구글에 갈 사람도 우리를 선택할 수 있게. 우리가 그릴 수 있는 꿈을 너가 이야기해야 돼.'
그렇게 그들과 함께 한 팀원들, 함께 해준 대학생들이 수십 명.
왜 그들은 차세동과 함께했을까?
스무 살, 차세동은 기훈이와 그의 후배 수민이.
셋이서 창업을 했다.
그렇게 셋이었던 팀은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열명 정도의 규모가 되었다.
문제는 팀원의 규모는 크는데 팀의 스케일은 제자리였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부터 스타트업이라고 하기에 너무나 허술한 체계와 테스크들까지.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이 글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왜 춤추는우주인에 함께 했는가'
난 세 가지를 제시하고 싶다.
1. 신념에 찬 차세동.
2. 신념에 찬 차세동의 꿈을 드라이빙할 기훈이.
3. 그리고 차세동과 기훈이와 함께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만나온 이들.
1. 지금도 더하면 더하지 덜 하진 않겠지만, 차세동은 신념이 가득하다.
그가 그리는 꿈은 상당히 추상적이면서도 낭만적이고 때문에 때로는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어내 리나는 그의 확신과 그의 확신이 조금씩 현실에서 모양을 갖추어가는 걸 보고 있노라면 차세동이라면 무언가 해내리라는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그와 함께라면 가끔은 두려움을 지워본다.
2. 그의 곁에 기훈이가 있다.
'기훈아, 나 지금 죽어도 좋아'에서 밝힌 적 있듯이 기훈이는 차세동과는 정반대의 결을 지닌 사람이다.
동시에 차세동의 신념 섞인 돌진을 거의 유일하게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다.
동시에 기훈이는 마음으로는 뜨거운 꿈을 공감하면서도 차가운 머리를 지녔기에
차세동의 추상적이고 낭만적인, 때문에 때로는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그 '꿈'을 현실에 적절히 그려놓는다.
때문에 주변인들은 그 둘이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며
모두가 현실이라는 중력으로 저 아래 깊숙이 묻어놓았던 '낭만'을 조심스럽게 꺼내볼 용기를 얻는 듯하다.
3. 차세동과 기훈이와 함께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만나온 이들.
차세동과 기훈이의 모습으로부터 함께 낭만을 쫓으며 나아온 소중한 인연들이 있다.
그리고 그 인연들이 모이면 모일 수록
'낭만'은 더 이상 가슴속에 묻어있지 않다.
'낭만'이 현실에 그려져 있다.
그렇게 그들을 만나온 아이들과 선생님. 팀원들과 동료들이 '낭만'을 경험한다.
당신도 한 번쯤은 경험해보고 싶지 않은가.
스타트업 팀빌딩은 특공대 만들기와 같았다.
함께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갈 여력이 되지 못했다.
사방에서 몰려오는 적을 서로 등을 맞대고 물리쳐야 했다.
때문에, 스타트업에 함께할 동료를 찾는 것은
각 분야에서 역량적으로도 출중해야 하거니와 정신적으로도 강인하게 함께 묶여있어야 했다.
역량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을 모셔오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1. 뛰어난 역량에 걸맞은 급여와 복지를 제공해라.
2. 그에게 급여와 복지를 넘어선, 매슬로우 욕구의 최상위, 자아실현의 가능성을 열어라.
정신적으로 강인하게 함께 묶일 사람들을 모셔오는 방법, 그로서는 하나밖에 없었다.
누군가 정신적으로 강인하게 함께 묶일 사람이라면
그의 현실적인 두려움에 용기와 확신을 주어야 한다.
정신적으로 강인하게 함께 묶일 사람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비전과 우리의 꿈에 공감하는 이일 것이며,
우리의 비전과 우리의 꿈이 현실 속에 그려질 수 없는 이유보다
본인이 함께할 때 우리의 비전과 우리의 꿈이 그려질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떠오르는 이일 것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라는 필드는 결국 '낭만'을 빙자한 '리스크'를 지녔고
필연적으로 '두려움'과 '불확실성'이 따른다.
창업자가 이를 극복할 용기와 확신을 주는 것. 그가 할 수 있는 하나뿐인 방법이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이 선택할 수 있는 그 둘의 교집합은 유일하다.
우리들의 비전과 우리의 꿈이 그 사람에게 '용기'와 '확신'을 주는가.
그것이 그 사람의 자아실현으로 귀결되는가.
물론, 각 스타트업별로 상황과 여건, 필요한 단계들이 다르기 때문에
팀원 영입에 있어 각자의 기준과 단계에 맞는 전력과 방법이 중요하다.
그리고 더 첨언하자면,
창업가의 자아실현이 팀의 비전이 되어서는 또 안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이야기는 팀원을 모셔올 때의 이야기정도로 살펴보자.
돌아와서, 그가 하나 나름의 확언을 하는 것은,
스타트업에게 '사람'은 상상이상의 영향력을 지닌 중요한 요소일 것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어떤 사람을 모셔와야 하는가.
그리고 그 사람을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모셔와야 하는가.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차세동과 함께 한 팀원들, 함께 해준 대학생들이 수십 명.
차세동은 수많은, 심지어는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던
여러 사건사고들을 경험하며 사람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배웠고 매 순간 경험한다.
단지, 운이 좋게 그와 함께 해준 많은 동료들을 추억하며
그가 경험한 현실에 그려진 '낭만'이 얼마나 커다란 꿈이었는지 회상한다.
절대 혼자서는 만들 엄두조차 낼 수 없던 '꿈'이 현실에 그려지는 경험은
그가 지금까지도 절대 쓰러지지 않는, 지금까지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강인한 원동력이 된다.
그렇게 그는 꿈과 현실 사이 최전선에서 전쟁한다.
그는 팀원들에게 줄곧 이야기한다.
'이 팀에서 나는 가장 능력이 부족해. 그럼에도 내가 대표로 있는 이유는 하나야.'
'꿈과 현실 사이, 매 순간이 선택지인 이 필드에서, 나는 늘 꿈을 택할 거야.'
'그러니까 너희들이, 우리들이 같이 이 꿈을 현실에 그려내기만 하면 돼.'
'우리들의 꿈의 사이즈는, 절대 멈추지 않아.'
1. 처음 밝히지만 처음 창업을 함께했던 '그의 후배 수민이'가 훗날 '선생님, 약속 지키셨네요.'에서 나왔던 그의 PD 여자친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