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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백수 Nov 14. 2024

런던, 9월에도 추웠지만 아직 가을

그러하다. 런던은 가을이다.


아침뉴스와 교양프로그램의 혼종(뉴스+아침마당)인 BBC 브랙퍼스트 진행자와 기상캐스터가 '여름의 마지막날'이라고 선고하면서 호들갑을 떨던 게 8월 31일이었다. 9월부터 귀신같이 날씨가 달라졌고 심지어 아침 최저 기온이 4도로 내려갔다. 어이없어하며 두꺼운 겨울옷들의 생사를 확인했다.


늘 그렇듯, 런던의 날씨는 종잡을 수 없다. 하루에 4계절이 다 있다. 새벽에는 춥다가 아침해가 떠오르면 딱 좋다가 한낮에는 껴입은 옷이 조금은 덥게 느껴진다. 반소매 차림의 여기 남자들은 털이 북슬한 팔뚝을 흔들며 조깅을 한다. 뜬금없이 빗방울이 좀 떨어지기라도 하면 춥다가 다시 해가 나오면 좀 낫다. 그러다가 오후 4시 반이 되면 해가 져 버린다.


벌써 밤이 이 만큼이나 길어졌다고? 절망하지 말자. 그래도.아직은.가을이다. 오늘 낮의 캔싱턴 가든스는 정말이지 너무나 아름다웠다.

캔싱턴가든스 호수에서 지내는 백조. 사람이 다가가면 먹이가 있는지 살핀다.

왕실에서 관리하는 가든스라 그런가. 여기서 지내는 동물들도 때깔이 다른 것 같다. 다들 건강하고 보기 좋다.

보정하지 않은 원본 사진이다. 6층 높이쯤으로 자란 훤칠한 나무들 사이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산책로 중간중간에는 벤치가 놓였다. 가든스 풍경은 여유로움 그 자체.

환한 가을 햇살을 받은 나뭇잎들이 어찌나 고운지. 사진으로는 이 느낌이 다 담기지 않는다. 맑은 하늘에 비행운을 남기는 저 비행기는 어디로 날아가는 걸까.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 알버트 공의 동상. 바로 앞에 깨알만하게 보이는 사람과 비교해보면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알버트공 동상은 바로 길 건너편에 있는 로열 알버트홀을 내려다본다. 여왕의 사랑이 세월을 거슬러 지극하다.

노을이 지는 오후 4시 런던 하늘. 곱다. 아직은 많이 춥지 않다. 두 달 반째 좋은 계절이 이어지고 있다. 겨울은 글루미하기 이를 데 없지만 가을이 충분히 길고 아름답다는 건 런던 살이의 큰 장점일 것도 같다.


산책 다녀와서 글을 쓰는 사이에 해가 졌다. 밖은 깜깜하고 가로등이 켜졌다.

11월 17일에 비가 내리고 나면 겨울 느낌이 물씬 풍기겠다. 얼마 남지 않은 가을, 깊어가는 만추를 즐겨줘야 한다.

밤 10시 아님 주의. 초6이 하교하는 오후 5시. 엑시비션 로드 양쪽으로 빅토리아알버트박물관, 과학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이 있다. 오른쪽 건물은 임페리얼 컬리지.

우리 가족이 내년 가을 런던 하늘을 즐길 수 있을까? 우린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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