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2일 차, 균형의 아이러니
오늘은 캐나다의 다이소, 달라라마에 다녀왔다. 그릇, 칼, 도마, 캔따개, 국자, 빨래바구니, 청소수건, 샴푸, 빨래세제, 주방세제, 휴지까지 한 번에 장만했다. 가게까지는 걸어서 25분. 구글맵만 믿고 길을 따라 쭉 걸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주전자와 프라이팬, 냄비도 눈에 띄었지만, 싸구려 티가 나는 게 마음에 걸렸다. 결국 사지 않고 돌아와 한국 커뮤니티 벼룩시장에서 중고로 구하기로 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부엌부터 정리했다. 밥 해 먹을 기본적인 건 갖췄으니, 키친타월이나 알코올 티슈 같은 건 천천히 사도 될 것 같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집주인 아주머니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빠에게 부탁해 내 방에 책상을 가져다 놓았다는 소식. 방으로 들어온 책상은 바퀴가 달려 있어서 옮기기도 수월했고, 덕분에 방 정리가 한결 빨라졌다. 먼지를 닦고 바닥까지 싹 청소하고 나니 이제야 공간이 조금씩 내 집 같은 기운을 띤다.
무엇보다도 책상이 참 마음에 든다. 중고로 이런 퀄리티를 구하려면 적어도 50불은 줘야 할 텐데, 덕분에 덤으로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사실 집주인에게서 아직 못 받은 15불이 있지만, 오빠를 시켜 책상까지 들여놓은 걸 보니 그 돈은 그냥 못 받은 걸로 치자 싶다.
손익을 따지면 내가 손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타지에서 방 하나 붙들고 사는 인생에서 그런 건 대수롭지 않다. 가끔은 이렇게 대충 계산하는 편이, 오히려 마음을 더 가볍게 만든다. 집이라는 건 아마 그런 작은 타협들 위에 천천히 만들어지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