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BMW 타는 유학생

신용카드 없으면 못사는 캐나다

by K 엔젤

오늘은 집주인아줌마가 와서 커튼을 새로 달아줬다. 작은 변화였지만 방이 훨씬 더 집 같아졌다. 사소한 디테일 하나가 공간의 분위기를 이렇게 바꿀 줄은 몰랐다.

어제 새벽 1시까지 이것저것 검색하다 늦게 잠드는 바람에 아침 겸 점심은 대충 햇반과 참치로 해결했다. 밥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잡도 찾아봤다.

이 동네는 의외로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오후에는 커뮤니티 센터에 가서 운동을 했다. 낯선 곳에서 익숙한 루틴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건 꽤 큰 안정감을 준다.


이 동네에선 BMW가 흔하다.

Bus, Metro, Walk.

누가 봐도 명품은 아니지만, 다들 조용히, 묵묵히 이걸 탄다.

한국에서처럼 차 키 흔들며 존재감을 뽐내는 일은 없다.

여긴 조용히 지하철 타고, 버스 갈아타고, 비 맞으며 걷는 게 일상이다.


메트로 밴쿠버에 들러 필요한 물건을 받아올 계획도 세웠다. 판매자가 메트로역에서 만나자고 해서 약속을 잡았다. 예전에 밴쿠버 여행할 때 샀던 스카이패스가 아직 등록돼 있어서 Translink 사이트에 들어가 요금을 충전했다.

이 스카이패스 카드는 한국의 티머니 같은 개념으로, 버스와 스카이트레인, 지하철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현금으로 내면 3.15불인데 카드를 쓰면 2.55불이라 60센트 차이가 난다. 적은 금액 같지만 타지에서 대중교통을 매일 이용하다 보면 이 차이가 꽤 크게 느껴진다. 이번에 알아보니 단기 이용자라면 데일리 패스가 편하겠지만, 자주 타야 하는 사람이라면 먼슬리 패스가 훨씬 효율적이다. 낯선 땅에서 살아남는 법, 의외로 단순하다.


온라인으로 충전을 하려고 보니 보안 문제 때문에 신용카드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확인해 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카드가 올해 8월 만기였다. 예전부터 새 카드로 바꿔야지 하면서도 미루고 있었는데, 이렇게 사소한 순간에 발목을 잡힐 줄은 몰랐다.

교통카드 한 번 충전하려고 은행에 들러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 귀찮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생각해 보면 신용카드는 캐나다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쓰는 필수품이라 이번 기회에 재발급을 받는 게 맞는 것 같다. 작은 일 같지만 이런 것도 하나씩 처리해 나가야 생활이 자리를 잡는다. 타지에서의 안정감은 결국 이런 사소한 준비들에서 오는 것 같다.

내일은 은행에 가서 상담을 받고 새 카드 신청까지 한 뒤, 돌아오는 길에 커피 한 잔 사 마셔야겠다.

여러인종이 어울 노는 에드먼든 파크


저녁에는 에드먼턴 파크를 천천히 걸었다. 잔디밭 여기저기에서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 그 사이사이로 들리는 다양한 언어들이 공기 속에 섞여 있었다. 여러 인종이 모여 웃고 떠드는 풍경을 보고 있자니 이 도시가 가진 색깔이 조금은 느껴졌다.




keyword
이전 03화남자와 영주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