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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한 직장생활

오리엔테이션 3일간의 기록

by K 엔젤
오리엔테이션 첫날.


10분 일찍 도착했는데, 나를 트레이닝해 줄 조셉은 아직 안 와 있었다.

기다리라는 말만 듣고 서 있으려니 괜히 눈치 보였다.

내가 어색하게 서 있으니까, 여기서 13년째 일했다는 필리핀 직원들이 힐끔거리며 웃었다.

처음 온 신입이라 그런지, 텃세인지, 그냥 심심해서 웃는 건지 모르겠다.


괜히 짜증이 올라와서 “어디로 가야 해요?” 하고 계속 물어봤다.

청소하는 백인 아줌마는 내게 룸 넘버가 뭐냐고 물었다.

알고 보니 나를 방문객으로 본 거였다. 역시 신입은 어디 가도 샌드위치다.


점심 지나고 나니까 시간이 조금 빨리 갔다. 오늘은 샤워 보조도 한 명 해봤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냥 지각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움직였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전엔 늘 그렇다.


동동거리며 뭐라도 하는 척해야 덜 불안하다. 그래도 식사 시간에 밥 나눠주는 건 제일 잘한 것 같다.


“그래, 뭐라도 하나 잘하면 됐지.”

그렇게 스스로 위로했다.


쉬는 시간이 생겨도 핸드폰은 꺼내지 않았다. 여긴 사소한 것도 다 관리팀에 보고된다고 해서, 괜히 첫인상 망치기 싫었다.

조금만 더 배우면 적응될 거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퇴근했다.


오리엔테이션 2일 차

오늘은 조셉이랑은 못 일했다. 대신 North 쪽에 가서 필리핀 남자직원과 일했다. 2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같이 일한 흑인 직원은 1년 일했고 다음 달에 풀타임 된다고 했다.

나는 그냥 따라다니면서 하나씩 물어봤다. 멍하니 서 있는 건 더 불편해서 계속 질문했다.


North 쪽이 일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진짜 시간이 안 가는 느낌이었다.

퇴근할 때쯤에는 갑자기 사적인 얘기도 했다.

다들 퇴근할 때 되면 갑자기 친해지는 게 신기하다.


오늘 내가 잘한 건 수건 잘 개기.

그랬더니 “라인 잡으면 금방 일 빨리 배울 거다”라는 말을 들었다.

요새 그 말을 계속 듣는다.


3일 차

오버나잇. 새벽근무다. 아침형 인간인 나는 일 시작부터 정신없었다. 가방을 어디 둬야 할지 몰라서 멘붕이 왔다.

누가 “저기가 다 가방 두는 곳이야”이라고 해서 놨더니, 거긴 South 직원 구역이었다. 나는 North 직원인데.

덕분에 인도 직원, 필리핀 직원, 간호사들에게 다 놀림당했다.

그래도 웃으면서 “나 멍청한 건 아는데, 완전 바보는 아니에요!”라고 했다.

사실은 좀 바보 같긴 했다.



중간에 30분 조용한 방에서 눈 붙였고, 끝나기 1시간 전에도 잠깐 잤다.

오버나잇 근무는 역시 맞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근데 끝나고 또 2시간 다른 곳 가서 일했다. 정신없어서 시간이 어떻게 간 건지 잘 모르겠다.

퇴근길에 필리핀 동료가 데려다줘서 고마웠다.

그 동료도 말했다.

“라인만 잡으면 금방 배워.”

요즘 가장 자주 들리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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